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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 릴레이 단식농성 동참한 81세 혜주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취임식이 있던 3월 24일, 조계사 앞 천막농성장에는 81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한 비구니 스님이 있었다. 의정부 회룡사 회주 혜주(慧珠)스님이었다. 조계사 앞마당에는 취임식 준비로 분주했지만 천막농성장에는 선방의 특유의 칼날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힘들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괜찮아”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스님.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릴레이 단식 농성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연은 생명과 같은 거예요. 즉 자연을 지키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절도 비워놓고 이렇게 나왔지.”

너무 간결하고 명쾌한 대답이어서 그럴까. 더 이상 질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야기를 돌려 오늘 행사와 관련해 종단에 바라는 마음을 들어봤다.

“북한산이 뚫리지 않게,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할 수 있게, 총무원에서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랄 따름이에요.”

역시 단답형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문득 스님이 비구니라는 것이 생각났다. 이야기는 자연 비구니 스님에 대한 것으로 흘러갔다.

“천성산에선 비구니 지율스님이, 북한산에선 비구니 법현스님이 애쓰고 있지. 하지만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것에는 비구니 비구니니 또 승가니 재가니 하는 것이 있을 수 없어. 온 불자 온 국민이 합심해서 노력해야지.”
스님께 넌지시 문화부장 탁연스님 임명과 관련해 여쭤보았다. 예상보다 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종헌ㆍ종법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야. 일은 전부 비구니 스님들이 다하는데 비구 스님들이 (임명을)제지하면 되겠어. 모두 부처님 제자들인데 함께 동참하는 것도 좋은 일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탁연스님 임명과 관련한 논란을 두고 비구 스님들만 탓할 일인가. 비구니 스님들에게는 문제가 없었을까.

“물론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해 비구니 스님들이 소극적인 부분도 있지. 하지만 악착같은 정신력은 비구스님 못지않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내친 김에 한 발 더 나가봤다. 팔경법에 대해 아시느냐고.

“알지. 하지만 그건 현 시대에 맞지 않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할지라도 예를 들어 일타스님은 반대하셨어. 같은 날 같이 계를 받는다면 비구니 스님이 비구 스님께 예를 올리는 것은 몰라도, 먼저 계를 받은 비구니 스님께는 비구 스님이 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셨어.”
스님의 일성(一聲)은 부드러움 속의 칼날이었다.

혜주스님은 59년 의정부서 도준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일본 유학까지 갔다온 엘리트였지만 삶과 죽음, 인연의 문제가 풀리지 않아 불법에 귀의했다.
스님은 40년간 미군 폭격으로 전소된 회룡사를 복원했고, 79년 불교종립학교인 광동여고가 재정난에 빠졌을 때 다리품을 팔아 되살렸다. 또 자비회를 설립해 83년 지상 4층 규모의 자비유치원을 개원하기도 했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3-25 오전 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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