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 총무원장 스님 체제가 들어서면서 조계종 중앙종회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 재편이 종회 고유의 기능강화로 작용할 지, 아니면 권력구도 변화에 따른 ‘해쳐 모여’ 에 불과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3월 25일 열리는 임시중앙종회가 향후 중앙종회 향배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법장스님을 당선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무소속연대’와 종회 내의 또 다른 계파인 ‘청림회’는 18일 오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회합을 갖고 두 계파를 합치기로 결정했다.
또 ‘직지사단’으로 불리는 ‘원융회’와 실천승가회가 축을 이루고 있는 ‘일여회’도 최근 정책공조에 합의함으로써 단일 계파 성격으로 묶이고, 정대 총무원장 당시 ‘여당’ 역할을 했던 ‘보림회’도 결속을 다지고 나섰다. 결국 지난해 말 13대 중앙종회가 개원하면서 보림, 원융, 청림, 일여, 무소속연대 5대 계파는, 보림, 원융?일여, 통합 계파 등 3대 세력으로 재편됐다.
무소속연대와 청림회 두 계파의 통합을 주도했던 정념스님은 “젊은 개혁세력이 종단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함께 가자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입법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총무원 집행부를 견제하는 건전한 방향으로 모든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통합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다른 계파들은 두 계파의 통합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세 불리기를 통해 종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융회와 일여회의 일부 종회의원들은 “정대스님을 옹립했던 (청림회)사람들이 종회 내에서의 자기 평가 없이 주도세력이 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몇몇 인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통합된 것으로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림회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통합계파는 물론 원융회와 일여회 종회의원 중 상당수가 법장스님을 지지했기 때문에 ‘세’가 불리하다고 판단, 사안에 따른 정책 공조를 내세우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과거 종회와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에 따라 각 계파들이 움직이면서 대립양상을 보일 가능성은 적지 않다.
그러나 발전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정치색이 적은 법장스님이 종단운영 초점을 ‘계파 정치’ 보다는 ‘경영적 측면’에 둘 것으로 보여 과거와 같은 ‘나눠먹기식’의 구태는 어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종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각 계파가 종단발전을 명분으로 ‘정책적 공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공조 이유(이해관계)를 떠나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종도들은 법장스님을 새 시대의 ‘흐름’으로 선택하면서, 종회도 함께 변하길 바라고 있다. 이제 타협과 양보를 통한 종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지, 아니면 구태를 반복하며 이해관계에 함몰될지 선택은 전적으로 종회에 달려있다.
한 종회의원은 “종회 내에 계파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승가에 맞지 않지만, 소신에 따라 견해를 달리한다면 정책대결을 통해 열린 기능을 할 수 있는 종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