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은 전통 문양인데 수성 페인트로 그려 넣어
기와 교체 시기 지났는데도 전통 기와 없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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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사, 광법사, 성불사, 용화사, 법운암, 정릉사 등 평양 인근의 사찰을 둘러본 김 소장은 “전통 문양은 비교적 잘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구려 사찰인 광법사와 정릉사의 단청 문양.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문양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김 소장은 그러나 “단청 안료 공급이 안 돼 수성 페인트로 문양을 넣다 보니 색깔 자체도 이상하고 전통 문양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전체적인 건축미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단청 안료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축 전문가인 김 소장의 눈에 비친 북한 사찰 건축의 보존 상태는 어떠했을까? 대체로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김 소장의 평가다. 김 소장은 “기와 교체를 해야 할 때가 지났는데도 전통 기와 공급이 안 돼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북한지역 사찰의 경우 단청 안료뿐 아니라 전통 기와 지원도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1930년대 건물이 남아 있는 용화사와 18세기 후반 조성된 법운암이 우선 지원이 필요한 곳들이다.
북한지역 사찰 건물은 한국 전쟁 때 불탄 건물을 복원해 놓은 것이 많았는데, 경제적 여건 때문이겠지만 대부분 콘크리트로 복원한 것이 특징. 조선총독부가 펴낸 <조선고적도보>에 조선후기 건물이 남아 있다고 전하는 보현사 만세루는 콘크리트를 써서 고려시대 양식으로 복원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성불사 응진전은 남북한을 통틀어 10여 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고려시대 건물로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세기에 조성된 보현사 천왕문 역시 당시 사찰 건축에 유행했던 양식이나 조각 수법은 북한 지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김 소장은 “남북한 공동 학술조사 같은 것이 성사된다면야 좋겠지만 북한과의 교류는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