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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계획은 방한 이후 공식일정 이틀째를 맞은 틱낫한 스님이 3월 19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 총무원장 법장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논의됐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이라크 전쟁은 물론 북핵 문제로 한반도도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두 분(법장 스님과 틱낫한 스님)이 함께 청와대에 평화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법장스님은 이를 수락하고 사서실에 일정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함께 방한 중인 수행자 17명과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한 뒤 법장스님과 만난 틱낫한 스님은 “함께 온 스님들은 미국,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스님들”이라고 소개한 뒤 “조계종의 전통을 뿌리내린 많은 조사스님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법장스님은 틱낫한 스님에게 “수행자이자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이신 스님이 한국의 평화와 환경을 살리기 위해 방문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 승가는 임제종의 법맥을 잇고 있고, 저는 임제종 41대이며, 제자들은 42대로 선불교 전통과 맞닿아 있다”며 “지난 25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펴왔다. 현재 우리 승가에는 25개국의 비구와 비구니가 있다”고 플럼 빌리지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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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공양이 끝난 후 틱낫한 스님은 ‘정토는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는 내용의 친필 액자와 영어와 한국어로 출간된 자신의 저서 10여권을 법장스님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법장스님도 자신의 저서인 <고통을 모으러 다니는 나그네>와 종단 안내책자, 인삼을 틱낫한 스님에게 선물했다.
법장스님은 음성공양과 선물을 받고 난 뒤 “오늘의 기도는 남북통일과 조계종단 발전 그리고 한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진실한 수행자의 모습을 스님을 통해 볼 수 있다”고 화답했다.
틱낫한 스님은 화제를 바꿔 “한국불교의 유구한 전통은 보물과 같이 간직되고 있다. 그런 소중한 전통을 지키고 선양하기 위해 수행해 온 스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한국불교 전통을 잘 지켜온 것은 한국과 한국민 뿐만 아니라 세계와 세계인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불교전통에 애정을 표했다.
이에 법장스님은 “한국불교는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면면히 계승 발전시켜 오고 있는 선풍이 있다. 이 선풍은 평화와 행복을 바라는 인류의 대안사상이 될 것”이라며 한국불교의 선풍에 대해 설명했고, 틱낫한 스님은 “진심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야기 도중에는 간간히 덕담도 오갔다. 틱낫한 스님이 “여기 온 비구, 비구니들이 원장스님에게 오체투지 삼배를 하려고 했으나 장소가 협소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자, 법장스님은 “다음에 만날 때마다 한번씩 하면 삼배가 됩니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틱낫한 스님은 “맑은 물을 생각하며 지은 시가 있는데, 평소 노래로 즐겨 부른다. 원장스님께 들려드리고 싶다”며 즉석에서 ‘맑은 물줄기가 동쪽으로 흘러가네, 관세음보살의 감로수가 온 세상의 고통을 소멸할 것이다. 감로수와 버드나무 가지의 여린 잎이 산과 강을 맑게 할 것이다. 우리가 감로수를 마시면 시원한 청량수일 것이며, 배고픈 아기가 마신다고 해도 만족할만한 감로수일 것이다’는 내용의 시를 읊조렸다. 이어 이 자리에 있던 플럼빌리지 수행자들은 틱낫한 스님의 시를 베트남어로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법장스님은 “또 뵙길 원하다”며 인사를 건넸고, 틱낫한 스님도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며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