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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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같고 법문 같은 절간 이야기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려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내가 나를 바라보니-

백담사 만해축전을 통해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을 펼치고 있는 백담사 무금선원 회주 오현 스님. 스님은 시인이다. 최근 나온 <절간이야기>는 시력 35년에 걸친 오현 스님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스님이 걸어온 독특한 시세계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에는 시 같기도 하고,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며, 법문 같기도 한 32편 ‘절간이야기’연작 시와 구도자로서의 삶과 깨달음을 노래한 30여편의 시가 설악산의 3사인 백담사, 신흥사, 낙산사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특히 연작시 ‘절간이야기’에서 오현 스님은 일상에서 만나는 절 주변 이야기를 산문시를 통해 담담하게, 조금은 능청스러운 화법으로 들려준다.

‘절간이야기 1’에는 새벽 예불이 끝난 뒤 승방의 군불 때는 부목처사의 3대에 걸친 이야기가 부목처사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할아버지는 양산 통도사 극락교 그 큰 돌덩어리를 익산 미륵사지에서 혼자 야밤중에 들어다 놓았으며, 아버지는 밀양 표충사 대웅전 대들보를 짊어지고 왔다. 짊어지고 오다 지게가지가 부러져 운명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운명하면서도 스님들 말씀을 잘 들으라고 당부한다.‘8’에는 금릉 계림사의 일흔이 된 노 석수장이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11’에서는 어머니에게 매를 맞고도 종아리가 아프지 않는 것을 한하여 우는 육상(陸常)의 이야기가 나오며, ‘12’에서는 고창읍내 쇠전거리에서 대정(大釘)을 만들어 파는 늙은 대장장이, ‘15’에서는 낙산사 원통보전 축대 밑에서 소주잔을 홀짝홀짝 거리는 여든 살의 촌 노인, ‘17’에서는 주문진 앞 바다 에서 만난 늙은 어부, 19에서는 자갈치 어시장의 아즈매 보살, ‘20’에서는 새벽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종치기를 고집하는 종두(鐘頭), ‘21’에서는 절에서 하룻밤 유숙한 어떤 촌유(村儒)와 절에 들어온 지 달포도 안된 김행자(金行者), ‘22’에서는 시충(屍蟲)까지 나오는 생면부지의 시신을 정성스레 염습(殮襲)한 늙은 염장이, ‘27’에서는 덕사의 산지기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미욱하고 어리석은 중생들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보통 사람들이다. 오현 스님은 그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어법으로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바른 길인지를 은연중에 깨우쳐 준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지엽 씨(경기대학교 한국 동양어문학부 교수)는 “32편의‘절간이야기’ 연작은 오롯한 오도(悟道)의 마음을 담고 있어 어느 작품이고 쉽게 넘어가지 못하게 한다. 생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떤 삶이 과연 향기로운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회적으로 들려준다. 거의 모든 연작시가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라고 평하고 있다.

절간이야기
무산 조오현 스님 지음
고요아침, 9천원
이은자 기자 | ejlee@buddhapia.com
2003-03-13 오전 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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