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이 올해 초 신년하례식에서 사면 교시를 내린데 이어, 원로회의도 지난 2월말 98,99년 종단사태의 징계자를 사면하라는 유시를 발표함으로써 사면문제가 법장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후 첫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사면 문제는 25일로 예정돼 있는 임시중앙종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은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종회에 법개정을 요청해서 해야 할 것이다. 사면할 부분이 있다면 사면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총무부장 성관스님도 4일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며,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말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중앙종회의 동의절차가 무리없이 이뤄질 수 있는지와 사면 시기 및 범위다.
사면은 종헌 23조?54조 및 중앙종회법 2조에 따라 총무원장이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 종정에게 품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중앙종회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 종회의원은 “종정스님의 교시에 이어 원로회의에서도 유시를 낸 만큼 종회에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면 대상자에 멸빈자를 포함시킬 것인지의 여부가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98,99년 종단사태 때의 징계자는 멸빈(복적 불가능) 10명, 제적(징계5년 후 복적 가능) 8명, 공권정지(집행기간 중 공직취임 불가) 29명 등 모두 47명이다. 이 중 멸빈자를 제외한 대상자는 37명이고, 이 가운데 공권정지 10년 이상자는 10명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입는 사람은 20여명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멸빈자를 구제하지 않는 사면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멸빈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종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종헌 제128조에는 ‘징계의 사면, 경감에서 멸빈자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교계 관계자들은 “진정한 화합차원의 사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멸빈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승단 내 문제를 사회재판까지 끌고 갔던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은 종단 기강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종정스님과 원로회의가 잇따라 유시를 내림으로써 사면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일단 사면이 된다면 그 시기는 올 부처님 오신날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