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통의 전교원, 주춧돌 2개마저 사라질 위기
일본인들은 가는 곳마다 기념사업 벌여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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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주-영파-보타산-천태를 잇는 중국 지역 답사를 다녀온 효탄 스님(동국대 강사)은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중국 천태종의 16세 조사를 지낸 고려 의통(927~988)스님이 20년간 머문 영파의 전교원(傳敎院)이 안내판 하나 없이 주춧돌 2개만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마저 전교원 주변의 재개발로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을 들은 스님은 영파 박물관 관계자에게 주춧돌을 옛 고려사관(高麗使館)으로 옮겨 줄 것을 부탁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중국에는 우리 나라 승려들이 남기고 잔 자취들이 전 지역에 걸쳐 남아 있는데 후손인 우리들은 이런 고승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데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반면 일본인들은 천동사의 도원기념관 및 참배 기념비, 보타산의 혜악기념당 등 가는 곳마다 일본 승려들의 기념사업을 줄줄이 벌여놓고 있다. 고려의 의천 스님과 깊은 관련이 있는 항주 옥잠산의 혜인고려화엄사지도 일본인들이 주변 차밭을 상당 부분 매입해 놓은 상태.
효탄 스님은 “우리의 고승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들이 자칫 한 줄의 기록 속에 묻혀버리게 될 수도 있다”며 “하다못해 기념비 하나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