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무원 집행부 인선의 특징은 비구니 스님 발탁, 교구본사 안배, 변화 마인드와 실무능력 고려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비구니 스님이 부장직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교계 관계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장관 인사가 파격이라면, 탁연스님의 문화부장 임명은 ‘충격’에 가깝다면서도 반가움과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비구니 스님의 부장직 발탁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종책에서 비구니부 신설을 약속했으나, 대신 비구니 스님을 부장직에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현광스님의 사회부장 임명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경 및 대북 문제 등을 다루는 사회부에 옥스퍼드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학승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깜짝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장스님은 “파격 인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종단 내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시대 흐름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종단의 변화의 포석을 놓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교구본사별 안배도 두드러진다. 이번에 임명된 부국장 15명은 범어사 백양사 송광사 법주사 마곡사 등 10여 개 본사 출신이 고루 포진돼 있다. 법장스님은 총무원장 당선 직후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각 본사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겠다고 공언했고, 이것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번 인선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변화 마인드와 실무능력을 갖춘 인사를 고루 기용했다는 점이다. 총무부장 성관스님이나 문화부장 탁연스님, 사회부장 현광스님의 발탁은 변화를 바라는 종도들의 요구를 수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종무행정 유지를 위해 실무에 밝은 현고스님을 기획실장에, 현진스님을 호법부장에 임명하고 국장급도 3명을 유임시키는 등 실무형을 배치시켰다.
집행부의 학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6명의 부장 가운데 3명이 박사급이다. 사회부장 현광스님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박사 출신이고, 문화부장 탁연스님은 일본 입정대 박사학위 소지자다. 또 총무부장 성관스님은 현재 동국대 교육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외에도 기획실장 현고스님은 고려대 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중이고, 감사국장 태진스님과 문화국장 심원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학위를 땄거나 과정을 마쳤다. 재정국장 도성스님은 동국대 사회복지학 석사다.
그러나 현 집행부가 과연 종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탁연스님이나 현광스님의 경우는 행정경험이 전혀 없고, 본사 안배에 따른 종합적인 업무추진력이 결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명우 기자
<이력>
**기획실장 현고스님
1950년 생으로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1년과 75년 구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비구계 수지. 1993년 송광종합사회복지관장. 1994~98년 송광사 주지. 2001년 총무원 기획실장. 현 경실련 전남협의회 상임대표, 사단법인 주암호보존협의회대표이사 겸 의장, 사단법인 푸른전남21 대표이사 겸 회장.
**재무부장 태연스님
1958년 생으로, 혜각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4년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7년 고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1978년 범어사 강원 졸업. 1984년 은을암 주지. 현 울산 보현사 주지
**사회부장 현광스님
1958년 생으로, 창호스님을 은사로 출가. 1972년 상순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85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1985년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199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박사. 2000년 미국 하버드대 박사후과정 수료. 현 백양사 참사람수련원장, 조계종 교육원 종단 수행체계연구위원회 위원.
**호법부장 현진스님
1950년 생으로, 법인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8년 숭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1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1978년 동국대 졸업. 1977년 동국대 석립회 11대 회장, 1994년 중앙종회의원. 1998~99년 조계종 교육부장, 포교부장 역임. 현 경기 안산 선재정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