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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 법사는 진골 출신의 화랑이었다”
김태식氏, ‘화랑세기 필사본’ 원광 법사 관련 내용 소개
출생연도, 가계, 출신성분 등 새로운 내용 많아
사학계-진위 여부 몰라 “신뢰할 지는 미지수”


1989년 발견 이후 진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화랑세기> 필사본에 세속오계를 설한 원광 법사의 행적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를 펴내 필사본이 진짜일 가능성에 힘을 보탰던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문화재ㆍ학술 전문기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화랑세기> 필사본은 원광을 ‘신국의 대성인(神國之大聖)’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던 원광의 가계와 출생연도, 행적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올 하반기 출간될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 2권에 이러한 내용들을 수록할 예정이다.

◇‘신국의 대성인’= 화랑의 우두머리였던 풍월주 32명에 대한 전기를 담고 있는 <화랑세기> 필사본에는 승려인 원광법사를 ‘신국의 대성인’이라고 평하는 표현이 3~4군데나 나온다. 이는 원광이 <화랑세기>를 쓴 김대문의 증조할아버지인 보리(12세 풍월주)의 형이기 때문. 그러나 김 씨는 “원광법사가 당시 신라에서 대성인으로 추앙받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 가문 사람이라고 함부로 신국의 대성 운운하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 동안 세속오계에 한정됐던 원광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광은 처음엔 화랑이었다= 10세 풍월주를 지낸 ‘미생(美生) 열전’에는 당시 화랑도가 5개파로 분리됐는데, 그 중 한 파가 “정숙태자를 풍월주로 세우고 원광을 서열 2위인 부제(副弟)로 삼으려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김 씨는 “원광법사는 처음엔 화랑이었고 도교 수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출생의 비밀= 원광법사의 행적이 나와 있는 <속고승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해동고승전> <삼국유사> <수이전> 등은 원광 법사의 성을 설씨 또는 박씨로 다르게 기록할 뿐 아니라 생몰연대도 차이가 난다. 필사본을 참고하면 이 모든 게 풀린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필사본에는 원광 법사의 계보가 자세히 나와 있는데 4세 풍월주였던 이화랑과 진흥왕의 왕비였던 숙명공주 사이에서 난 아들이 바로 원광이다. 따라서 원광 법사의 속성은 ‘김 씨’가 된다. 또 숙명공주와 이화랑의 사통 사실을 안 진흥왕은 566년 숙명공주와의 사이에서 난 정숙태자를 폐위시키고 동륜을 태자로 삼는데, 이 때가 곧 원광 법사의 출생연도가 된다. 566년은 <삼국유사>에 출가 연대로 나와 있는 해다.

그러나 <화랑세기> 필사본을 검토해 본 적이 있는 불교사학자들의 반응은 아직 회의적이다. 최연식(서울대 강사) 씨는 “새로운 내용은 나오지만 신뢰할 만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최 씨는 “가장 신뢰할 만한 기록인 <속고승전> ‘혜민 전기’에 보면 혜민이 587년 신라 광사(곧 원광)로부터 <성실론>을 배웠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필사본에 의하면 이 때는 원광이 화랑 내부 갈등에 관여했던 시기(585~588)”라며 “필사본이 가짜일 가능성을 내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복순 교수(동국대 역사철학부) 역시 “그 당시 청년들 치고 화랑이 아닌 사람이 있었겠느냐”며 “아직 사료로 인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원광 법사가 육두품(설씨)인지 진골 출신(박씨 혹은 김씨)인지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기록들도 나와 있어 검토해 볼 내용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03-07 오전 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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