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선사(禪師)들의 살림살이는 극도의 간결함을 추구한다. 외부로부터 형성되는 반연들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마음자리, 그 근원을 추구하는 선의 궁극에 도달할 수 없다. 때문에 선사들은 격외의 언어와 행위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참 모습, 나아가 우주만물의 근원에 대한 탐구에 목숨까지 거는 것이다.
그런 수행의 단면들이 졸리면 자고 목마르면 차 마시는 ‘한가로움’으로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들의 정신마저 한가로운 것은 아니다.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로 일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공간에는 새로운 종족들이 영역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귀차니스트. ‘귀찮다+ism'의 합성 신조어를 간판으로 내 건 귀차니스트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숱하게 생겨나는 ‘족류(族類)’의 한 갈래다. 그들은 놀고먹는 ‘백수’와는 전혀 다름을 표방한다. 일상에서의 행동반경을 최소화 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것을 행동수칙으로 삼는다.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서 천장에 달린 전등을 끌 수는 없나?”를 화두로 챙겨든다는 귀차니스트들이지만 만사를 방기(放棄)하자는 건 아님을 주장한다. 생각의 쉼과 움직임의 효율성이 삶에 어떻게 조화를 이뤄 주느냐에 따라 진정한 귀차니스트와 가짜 귀차니스트가 나뉘어 진다. 선사들의 살림살이가 그렇듯이.
귀차니스트와 그의 아류인 괜차니스트 족들의 등장. 사회의 다양화와 다변화 속에서 우리들 의식과 행동의 바른 지향은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