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선사가 거주했던 고택이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되었다. 만해 선사에 대해서는 군말이 필요 없을 만큼 우리 근현대사에 우뚝 선 인물이다. 독립운동가로서도 민족문학을 개척한 문학인으로서도 그리고 중생교화를 위한 종교인으로서도 당대의 모범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사를 기리는 우리 후손들의 정성과 노력은 매우 미약했다. 기미독립선언서의 삼대강령을 기초한 곳이며, <님의 침묵>을 집필하는 등 민족의 독립과 중생제도를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하던 시기에 10여 년간 살던 고택이 지금까지 존재도 모른 채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후손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러한 뜻 깊은 고택을 찾았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더욱이 3?1절을 눈앞에 두고 보니 감개가 더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고택에 대한 보존관리 방안이 시급함에도 예산 등을 핑계로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이 일에 어찌 예산 따위가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더욱이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근현대에 활약했던 인물과 관련된 사적(史蹟)들이 훼손 또는 철거되고 있다고 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이러다가 고택도 그 꼴이 날까 두렵다.
지난날의 잘못을 갚고 역사 앞에 다시는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이 일에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월드컵 때 보여준 그 국민적 열기가 이 일에서도 다시 되살아나야만 한다.
고택에 대한 보존관리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이다. 후손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