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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사에는 초등학생 7명, 중학생 5명, 고등학생 1명 등 유치원생까지 합쳐 학교에 다니는 인원이 16명에 이른다. 대가족의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는 현종스님과 공양주 보살, 정신지체로 보호가 필요한 언니 오빠까지 호암사의 가족은 모두 22명.
호암사를 들어서자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유치원 입학을 앞둔 제빈이와 성조는 좁은 마당에서 축구에 한창이다. 11년 전, 토굴터를 찾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현종스님은 초라한 토굴 앞에 버려진 아이를 맡아 기른 것이 인연이 되어 대가족을 부양하는 부모노릇을 시작했고 조용한 참선 정진의 꿈은 저만치 날아갔다. 영국이, 제빈이, 성조도 첫 돌이 막 지났을 때부터 키워 어느새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7일로 다가온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스님은 생각이 많다. 유독 병치레가 잦았던 성조와 워낙 굶주린 상태로 맡겨져 하체가 약한 영국이가 유치원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평범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지는 않을지,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많다. 얼마 전 있었던 문수 졸업식은 물론, 아이들의 입학과 졸업에는 빠지지 않는 스님이지만 승복을 입고 아버지 노릇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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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생일 등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한번에 김밥 100개를 말아야 하는 큰살림을 맡고 있는 공양주 이옥연(56) 보살은 “유치원 갈 때 새 옷이라도 입혀서 보내고 싶은데, 형편이 이래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형편이 어려워도 아이들이 착하고 서로 도와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이 보살은 남들처럼 호화롭게는 아니어도 아이들을 구김살 없이 키우고 싶은 욕심은 굴뚝같은데 19명의 아이들 뒷바라지가 수월치 않다고 털어놨다.
상주 호암사의 3월은 형들의 자전거 뒷자리에 올라타 유치원으로 향하는 제빈이, 성조, 영국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분주한 등교 준비로 봄맞이에 한창이다. 054) 541-7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