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7호인 고달사원종대사혜진탑이 앞쪽(남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있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은커녕 정기적인 안전 점검 대상에도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26일 현대불교 취재진의 현지 취재 결과 고달사원종대사혜진탑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남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기울기는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봤을 때보다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봤을 때 보다 확연해, 전문적 감식안이 없어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탑의 기단부와 몸돌 사이가 들뜨거나 벌어진 부분이 없고 해체 보수를 한 적도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구조적 문제보다는 지반침하에 의한 기울기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4장의 사각형 돌로 이뤄진 탑의 지대석 역시 벌어진 틈이 일정하지 않았는데, 가장 심한 북동쪽 지대석과 남동쪽 지대석의 경우 틈이 6.5~8cm 정도 벌어져 있고, 북동쪽 지대석이 남동쪽 지대석보다 밖으로 6cm 정도 뛰어나와 있었다. 앞쪽(남쪽)에서 탑을 보면 남동쪽 지대석이 밖으로 빠져나온 듯한 상태다. 때문에 지반침하라면 남동쪽 지반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북동쪽 지대석은 아랫부분이 깨져 있고 바닥의 흙이 어른 손이 들어갈 정도로 패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석탑 등 건조물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재위원회 1분과 위원인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지반이 조금씩 내려앉아 기운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부터 그 상태였던 것으로 봐 안전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현재도 내려앉고 있는지 침하가 멈춘 것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안전 점검을 통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건조물의 안전 진단을 맡고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담당자도 “원종대사혜진탑의 경우 연 1~2회 안전 점검을 하는 정기 점검 대상(2003년 19건)에 들어 있지 않다”며 “해당 시ㆍ도나 문화재청에서 안전 점검을 의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413번지 고달사지(사적 382호) 내에 있는 고달사원종대사혜진탑은 나말여초의 고승인 원종대사(869~958)의 부도로, 탑비의 비문에 의하면 977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4장의 돌로 이루어진 사각형 지대석 위에 3단의 기단과 팔각 몸돌을 올려놓았으며 조각 수법이 매우 섬세하고 우아해 고려 초기의 대표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