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 문화 > 출판
문학예술 차원으로 승화된 대간종주기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도상거리 약 1,625km) 이 땅의 등뼈를 이루는 산줄기, 바로 백두대간이다. 크고 작은 산들로 이어지는 이 땅의 으뜸되는 산줄기 백두대간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그 이상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백두대간에 대한 자연 지리적, 역사적 인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실제 산줄기와 동떨어진 지질학적 개념에서 비롯되어 일제시대 이름 지어진 산맥의 개념이 해방 후까지 이어져 오다 80년대 후반 우리 산줄기를 족보식으로 정리한 조선 후기의 지리지인 <산경표>의 발견으로 백두대간 개념이 부활했다. 1대간 1정간 13정맥.

<산은 사람을 기른다>는 백두대간이 이론으로 포착한 지리 인식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삶의 구체적 터전인 산과 물의 관계가 빚어낸 우리 땅의 실체에 대한 육친적 발견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백두대간을 이해하는 일이 우리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현대불교신문 취재1부장이자 동화작가인 윤제학 씨와 사진가 손재식 씨가 1999년 5월 3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2001년 9월 10일 남녘 백두대간의 마지막 고개인 진부령을 지나 금강산의 남쪽 봉우리인 향로봉에 이르기까지 2년 4개월여에 걸친 종주의 결과물이다. 한 번에 내달리면 한 달 남짓이면 되는데도 아주 느리게, 게으름까지 피우면서 종주를 했다.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 하듯 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느린 산행을 통해 산과 교감을 나누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

“하늘에 떠 있는 섬 하나. 천왕봉! 하늘을 비집고 선 것도 아니고 하늘이 그만큼 물러나 있지도 않았다. 마치 깍지 낀 손가락처럼, 하늘과 땅은 그렇게 한 몸을 이루고 있었다. 차라리 떠다니는 물알갱이라 해야 옳을 짙은 안개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없애고 있었고, 나와 대상을 눈과 눈꺼풀의 관계로 만들고 있었다. 지리산은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시간과 공간의 실체가 어떠한지를 일러준다. 하늘과 땅도, 시작과 끝도 본래 없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순간순간이 창조의 시간이자 소멸의 시간이며, 나와 그것이 꽃잎과 꽃잎에 매달린 이슬의 관계임을 일깨워준다.”(본문 ‘지리산 편’에서)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에 대한 정보·안내서, 체험기, 생태보고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도 백두대간 종주기라는 데는 기존의 책들과 맥을 같이 하지만, 백두대간을 인식하고 서술하는 데는 앞선 책들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 작가 심산은 이 책의 표지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산은 사람을 기른다>는 대간종주기의 필연적인 ‘양질전화’를 보여준다. 윤제학의 글에서 종주산행을 위한 정보만을 찾는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그의 글은 우리 국토의 등줄기를 어루만지면서 시종일관 명상과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손재식의 사진에서 풍광의 아름다움만을 찾는다면 이 역시 손끝만 보는 격이다. 그의 사진은 풍광의 갈피마다에 숨어있는 애틋한 존재의 노래들을 오롯이 포착해 낸다. 이 책의 출간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문학예술의 차원으로 고양된 대간종주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예술적 차원으로 백두대간에 접근하고 있다. 작은 생명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심미안이 미려한 문체로 묘사된다.

산은 사람을 기른다
글 윤제학, 사진 손재식
도피안사, 1만2천원
이은자 기자 | ejlee@buddhapia.com
2003-02-27 오전 8:44: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9.1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