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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의 총무원장 당선 소감문
2월 24일 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법장 스님(수덕사 주지)이 당선 소감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당선 소감문 전문.

삼보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정례 올립니다.

먼저 저를 지지해주신 교구본사 주지스님 중앙종회의원 스님 그리고 선거인단 스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른 분을 지지하신 스님들께도 함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울러 저와 함께 경쟁하신 종하스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스님께서는 끝까지 수행자의 위의를 잃지 않으시고 바른 선거풍토를 조성하는데 일조를 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 저에게 한국불교를 이끌어갈 중책을 맡기신 것은 저에게 거는 남다른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약속드린 안정과 화합의 바탕 위에 변화를 통한 종단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종단운영의 4대 기조를 밝혔습니다.

첫째 수행과 전법중심의 종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994년 종단개혁 불사 이후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행정과 법률에 의존하여 종단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도적인 임시조치이지 개혁불사의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수행과 전법이 종단운영의 중심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종지종통이 확고하게 선 바탕위에 최상의 수행방법인 간화선풍이 널리 진작되고 종단의 위계가 정립되는 조계종단을 만들 것입니다.

둘째 전 종도가 참여하는 원융살림을 약속했습니다.
종단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종단내부의 불화는 대부분 승가의 최고 덕목인 원융 화합 정신을 살리지 못해서 발생했습니다. 저는 수많은 문도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총림의 주지를 맡아오면서 승단의 화합과 원융살림을 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해왔습니다. 총무원장이 되어서도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여러 어른 스님들을 모시고 선배 스님 후배 스님 그리고 도반 스님들의 중의를 모아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종단을 만들겠습니다.

셋째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종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불교는 여러 종교 중의 하나가 아니라 1700여년간 민족의 운명과 함께 해온 민족종교입니다. 나라가 융성하면 불교도 융성하고 불교가 쇠하면 나라도 쇠했던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외래 문물에 밀려 변방으로 밀려났던 불교가 이제 국민들의 정신적 문화적 지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교를 향해 도움의 손기를 뻗치는데 우리는 지난 몇년간 종단 안정과 개혁불사에 매진하느라 정작 국민들의 아픔과 바램을 들어주는데는 소홀했습니다.

오랜세월 생명나눔실천운동을 통해 장기기증 불사를 펼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며 환경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소납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해 주신 것은 국민들과 함께하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종단으로 만들라는 책무를 맡긴 것이라고 여깁니다.

종단 내부적으로는 탄탄한 수행을 바탕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가는 원융살림을 꾸려가며 국민들에게는 복지불사와 자비행을 베푸는 종단을 만들어가면 한국불교의 미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나아가 전세계에 밝은 빛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수행 전법 교육 복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묵묵히 맡은 바 책무를 다하고 있는 여러 스님과 재가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갈 것입니다. 우리 종단의 주인은 총무원장도 일부 소임자도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모든 종도들입니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나설 때 제가 약속드린 불사는 원만히 성취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종단의 미래도 밝아질 것입니다.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더러 가졌을 것입니다. 지난 선거 때 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승가다운 분위기에서 치뤄진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선거를 치르면서 몸과 임과 생각으로 지은 여러 죄업을 이 자리에서 참회드립니다.

아울러 현행 제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선거제도에 관해 중앙종회의원 스님들께서 나서서 연구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현행제도를 갖고 네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꼭 고쳐야 할 점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종단의 많은 분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되겠다며 개정을 주장하십니다.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해 승가의 위의가 훼손되지 않는 여법한 제도를 만들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자축하기에는 종단 안팎으로 산적한 현안이 너무 많습니다. 전임 총무원장 스님께서 추진해오시던 역사기념관 건립 불사를 마무리하는 문제에서부터 당장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부처님오신날 행사 준비, 그리고 수행환경보존과 같은 대정부현안 등 수많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떠나는 순간, 아니 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당선자로서의 기쁨은 다하고 숱한 번민과 고뇌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총무원장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종단과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고뇌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많은 약속과 장미빛 미래를 말할 수 있지만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드릴 것입니다. 저는 수행과 복지, 포교, 교육, 행정, 가람불사, 성보관리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빈틈없이 처리해왔고 또 좋은 평가도 받았음을 자부합니다. 그간 쌓은 경험을 토대삼아 쉬지않고 연구하며 늘 젊은 마음과 열정으로 총무원장의 소임을 다할 것임을 거듭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누구를 위해 뛰었든 관계없이 모든 스님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지금 이 순간부터는 우리 모두 하나입니다. 기호 1번도 기호 2번도 없습니다. 오직 같은 일불제자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불기 2547년 2월 24일
제31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당선자 법장 합장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
2003-02-24 오후 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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