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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스님 이미지 광고효과 높다
‘앗, 스님들이 방송CF에….’
통화연결음을 듣고 있는 김길호씨를 스님모델로 출연시킨 '컬러링' CF
요즘 TV를 켜면 방송 CF에 스님들이 곧잘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핸드폰 통화연결음 컬러링, 우체국 예금보험, 청호 나이스, 남양 불가리스… 등. 모바일, 식품, 정수기, 우체국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속세와 단절된 맑고 깨끗한 스님들의 이미지가 광고에 활용되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광고주들의 스님 모델 기용 주문이 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뜸한다.

이중 지난해 12월부터 등장한 핸드폰 통화연결음 회사 ‘컬러링’의 ‘징글벨’과 ‘왜불러’는 재미있는 컨셉으로 소비자들에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편인 ‘징글벨’에서는 산사의 대웅전 옆에 노 스님으로 분한 탤런트 김길호씨가 누군가에게 핸드폰을 걸자 평범한 통화음 대신 크리스마스 캐럴인 ‘징글벨’이 울려퍼진다. 흥겨운 음악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덩실덩실 춘 노스님은 신기한 듯 강당에 여러 스님을 모이게 해 놓고 젊은 상좌에게 통화연결음 사용법을 스님들과 함께 배운다는 내용이다. 2편에서는 ‘징글벨’ 음악대신 송창식의 ‘왜불러’를 사용했다. 광고제작사인 Zoo Pro 에서 만든 이 광고는 핸드폰과 전혀 거리가 멀 것만 같은 산사의 노 스님을 모델로 해 상반된 이미지를 부각시켜, 스님들까지 컬러링(통화연결음)을 사용한다는 광고효과를 노렸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뜬 성우 김현직씨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청호 나이스 ‘산사편’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사의 새벽, 두 스님이 차(茶)를 음미하고 있다. 차를 우리려는 순간 물이 떨어진다. 노 스님으로 분한 김현직씨가 온화한 미소로 밖에서 졸고 있던 동자승에게 물 심부름을 시킨다. 이때 동자승이 물 뜨러 간 곳은 옹달샘이 아니라 청호나이스 정수기다. 산사의 옹달샘처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암시를 시청자들에게 준다. 어린시절 산사에서 옹달샘물을 손바닥으로 받아먹던 소비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청호 정수기가 옹달샘물보다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경쟁사 제품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깨끗한 물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청호의 경쟁상대라는 점을 은연중 인식시킨다.

이번 CF는 해남 다산초당에서 촬영됐는데 새벽 공기를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 스태프들이 새벽 4시부터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특히 이번 CF에 등장하는 세명의 연기자 모두는 콘티에 매료돼 삭발을 자처했다.

우정사업본부도 노스님과 동자승, 수녀를 모델로 내세운 우체국 예금과 보험 CF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동자승편은 화가 지망생인 동자승이 법당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주지 스님은 동자승을 꾸짖는 대신 크레파스를 건네주며 동자승의 꿈을 키워준다는 내용이다.

우정사업본부 이재태 금융기획과장은 “친근하고 따뜻한 우체국의 이미지를 표현하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동자승의 소박한 꿈과 이를 도와주는 노스님의 넉넉한 마음을 통해 꿈이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장은 “금융권 광고는 상품광고가 아니라 이미지 광고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광고의 차별성이 타 광고보다 약해 스님을 모델로 등장시켜 차별성을 가지도록 묘안을 짜냈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도 불교 화장실인 해우소를 등장시키며, 큰 스님도 변비해소에 불가리스를 즐겨 먹는 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히트했다.

방송 CF에 스님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현상에 대해 광고제작사 Zoo Pro 김종원 감독은 “4년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원성스님이나 SK텔레콤의 청안 스님 등 실제스님 모델을 기용해 광고주들이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 부합되는 식품이나, 물 등의 한정된 광고에만 사용되지만 스님은 분명 광고 제작진들에게 매력있는 광고모델”이라고 설명한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3-02-24 오전 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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