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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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기도 중인 지율스님이 띄운 편지
내원사 산감 지율스님
노루귀, 얼레지, 청매....., 천성산 곳곳에 피어났을 새싹들에게.
간밤에 비가 살짝 내린 탓인지 나무 끝에 물이 올랐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우수다. 얼음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내원의 긴 계곡을 떠올려 본다. 지금쯤 천성계곡의 맑은 물가에 도룡뇽이 나와 헤엄쳐 다니고 물가의 버들가지에도 물이 올랐을 것이다. 내원사를 떠나올 때 봉오리가 맺혀있던 청매도 지금쯤 만발하여 스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겠지.

눈을 감고 봄물이 드는 내원 계곡을 그려본다. 언덕에 피기 시작하는 작은 노루귀와 얼레지, 그리고 제비꽃, 간천골의 피나무군락, 현호색, 족두리풀 화엄의 언덕아래 대규모 군락으로 피어나는 눈방물꽃, 낙 엽속에 숨어 피는 제비꽃, 그리고 인적 드문 숲길에는 춘란이 촉을 틔웠겠다. 끈끈이 주걱도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고. 꽁꽁 언 땅속에서 기적처럼 새싹을 틔우는 너희의 아름다움은 도심의 현란한 문화에 길들여있는 사람은 맛보기 힘든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축복이다.

너희가 겨우내 준비한 그 애틋한 생명을 꽃피우는 동안 우리 인간들은 너희들의 터전을 뚫고 지나는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공사가 강행되면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너희 터전의 심장부를 뚫고 고속철이 지나가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너희들 모두는 지금 나처럼 목말라하고 배고파 하다가 말라서 죽고 말겠지.
어떻게 하면 너희를 지켜줄 수 있을까, 너희는 어떤 말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하는지를 고민하며 부산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치고 16일째 굶고 있다. 입술이 마르고 배고픔을 느끼며 편리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너희들이 느낄 생명에 대한 위협과 공포를 좀 더 분명히 확인해 갈 뿐이다. 말 못하는 너희들을 대신해, 너희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나는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매달리고 싶은 간절한 기도를 담아 오늘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님들과 신부님들, 수녀님들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너희를 지키는 일에 힘을 모아주고 있지만 아직은 우리의 마음이 부족함을 절감한다. 이대로 있다간 너희들의 생명이 무참히 쓰러질 것이라는 절박함으로 산을 떠나 길거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너희를 지켜줄 어떤 약속도, 대답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식의 배고픔이나 노숙의 추위와 소음보다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다.

이곳에서 쓰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희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또 한번의 약속을 스스로 다짐하며 하루 빨리 반가운 소식을 들고 너희들에게도 달려가고 싶다. 너희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화엄벌에 가득한 봄기운을 온 몸으로 맞이하고 싶다.

2003년 2월 19일 지율(천성산 내원사 산감) 합장


지율스님의 부산시청앞 단식기도 일지

▶14일 울산 관음암 대활스님 부산역~시청까지 1인 마라톤
▶15일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음악회 - (사)대불청 부산지구, 부산청년불자산악회
▶16일 작은 악기 고운 소리 오카리나 연주
내원정사 주지 정련스님, 범어사 전 주지 정관스님 방문
▶18일 금정산, 천성산 고속철 관통 백지화 공약 실현을 위한 미사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환경 기도법회- 통도사 사부대중
▶19일 자전거 시위 -부산시여성자전거협회
공약 실현을 위한 합창제 - 부산시불교연합합창단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성타스님 방문
▶20일 통도사 소임 스님 릴레이 단식 동참
조계종 환경위원회지지 성명서 발표
울산 학성선원 조실 우룡스님 방문
박주미 부산시의원 단식 동참
▶21일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 법장스님 방문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3-02-24 오전 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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