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들 한다.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은 수년전 우리나라의 한 강연에서 “문화란, 한마디로 경제적인 자산이다”라고 했다.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한 민족에 있어 문화란,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바로 정신, 문화에는 민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 정신을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오늘에 계승하고 있는가. 우선 문화 그 자체를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바로 우리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바로 알고, 감상하는 법에 관한 책이다.
강의하듯 이야기체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의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에서 12년 동안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으로 있는 오주석 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친절하고도 깊이 있게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낀다.” 저자가 말하는 옛 그림의 감상의 핵심이다.
특히 우리 그림을 감상할 때 오른쪽 위에서 시작해서 왼쪽 아래 방향으로 쓰다듬듯이 보는 것이 작가의 시선과 만나는 좋은 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수를 여행할 때 자연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듯 그림 역시 열린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감상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그림 속에 담긴 자연의 음양오행에 기초한 우리 조상들의 우주관·인생관을 설명하기도 하고, 봄볕 앞에 서 있는 옛 여인의 치맛자락에서 아름답고 진실한 마음을 읽어내면서 우리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 준다.
저자의 강의 한 부분을 들어보자.
“고구려 고분벽화를 잘 보려면 거기 깔려 있는 도교 사상과 조상들의 토착신앙을 알아야 하고, 고신라(古新羅) 이래 천 년 불교 왕국 동안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의 감상은 당시 사람들의 불교적 심성을 이해해야 가능하고, 또 조선시대 그림은 성리학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사서삼경 정도는 대충 이해하는 교양이 있어야 그림의 진정한 뜻이 보입니다. 큰 절에 가서 불화를 보세요. 정교한 선과 눈부신 채색으로 그려 낸 갖가지 형상이 거대한 화폭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습니다. 동양화는 여백이 특징이라던데, 탱화는 왜 이렇게 화면을 가득 채워 그렸을까요? 불교적인 세계관에 의하면 온 세계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붓다의 깨달음, 그 진리로 우주가 화려하고 장엄한 세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꽃이며, 선인들의 과거를 성실하게 배워 발전적인 미래를 이어가는 재창조의 과정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워져야 아름다운 오늘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다면서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지음
솔출판사,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