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승’은 이번 제 53회 베를린영화제중 비경쟁부문인 킨더필름 페스트(아동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베를린 주 팔라스트(Zoo Palast) 극장에서 10ㆍ11ㆍ16일 세 차례에 걸쳐 상영된 ‘동승’이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하자 독일 현지 일일소식지(일간지)에서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약간 생소할지 모르지만 이번에 ‘동승’이 초청받은 아동영화제부문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대상으로 마련한 것으로 올해 26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전세계 3백여편의 작품중 14편의 장편과 16편의 단편이 초청됐으며 이중 11세에서 14세 사이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어린이 심사위원단(Childern's jury)’이 뽑는 최우수 작품에 크리스탈 곰상이, 성인 심사위원단이 뽑는 1등상에는 상금이 수여된다. 아쉽게도 ‘동승’은 그동안 20여차례 이상 해외영화제에 초청한 이력 때문에 수상작에서는 제외가 됐다. 하지만 올해 황금 곰상이 걸려있는 국제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한편도 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베를린을 찾은 7편의 한국 영화중 ‘동승’이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올라간 것은 현지에서도 의미있게 평가됐다.
총 1천여명의 관람객중 40%정도는 동자승 도념역에 출연한 김태진(14ㆍ덕원중 1년)과 같은 개구쟁이 아이들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수준은 성인 못지 않았다. 동자승이 어머니를 간절하게 부를 때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드러날 때 등에서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같은 극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어린이 심사위원단을 포함 한 100여명에 이르는 관객들이 참석해 30여분간 질문을 쏟아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가장 많은 질문세례를 받은 사람은 영화속 복장인 승복을 입고 나타난 아역배우 김태진군. ‘실제로 스님인지’, ‘연기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 ‘실제 나이는 몇 살인지’ ‘이번 작품에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사용했나’ 등의 수준 높은 질문이 이어졌다.
김군은 “힘들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재미있었다”고 영화를 촬영한 소감을 밝혔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 “동네 아이와 싸우는 장면”이라고 답해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베를린영화제도 마찬가지지만 20여차례의 해외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영화란 국경과 이념을 넘어 인간의 정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는 것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4월 11일 전국 1백개 스크린을 통해 국내에 개봉될 영화 ‘동승’의 해외나들이는 올해에도 10여차례 계속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티뷰론(3월), 파리(4월), 싱가폴(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