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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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봉ㆍ중국 관정' 두 고승의 색다른 만남
한국 불화의 거장 만봉 스님과 중국 고승 관정스님이 만났다.
9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붓을 잡고 그림에 몰두하며 제자들을 지도하는 만봉 스님과 선정삼매에 들어 6년 반 동안 극락세계를 친견하고 돌아 온 후 중국과 한국, 미주 지역에서 정토선 운동을 펼치고 있는 관정 스님의 만남. 2월 13일 오전 10시 신촌 봉원사 만공스님의 화실을 찾은 관정 스님은 “꼭 한번 뵙고 싶었던 분을 뵙게 되어 기쁘다”는 말로 인사를 건넸다. 만봉 스님도 “극락도를 그리면서도 극락이 어떤 곳인가 늘 생각했는데 그곳을 친견하고 온 스님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화답했다.

두 고승은 손을 잡고 앉아 천진한 웃음을 섞어가면서 덕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관정 스님은 “그림에 몰입하여 일생을 수행하신 만봉 스님이야말로 분명히 깨달은 고승임에 틀림없다”며 “올해를 건강하게 넘기시면 115세까지 거뜬하시겠다”고 축수했다. 만봉 스님도 “극락세계의 사람들은 식사를 어떻게 하느냐, 글씨는 어떻게 쓰느냐”며 극락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풀어 놓았다. 관정 스님의 답은 “극락세계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싶다는 마음을 내면 저절로 먹고 싶은 음식이 나타나고 보는 순간 배가 불러지는데 그것도 사실은 번뇌 망상이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글씨는 생각 하는 대로 표현 되는데 중국말이건 한국말이건 생각하는 그대로 써지고 읽혀진다. 사람들은 연꽃 위에서 수행을 하는데 번뇌 망상을 일으키면 연꽃이 시들게 된다”고 말했다.

관정 스님은 “불화의 최고 경지에 오르신 고승 앞이라 부끄럽지만 내가 극락세계에서 보고 온 연꽃을 그려보겠다”며 화선지에 연꽃을 그려 보였다. 관정 스님은 7세에 출가해 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미술의 기초는 전혀 없다. 그러나 극락세계를 친견한 이후 글씨와 그림을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만봉 스님도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그리던 관음도를 계속 그려 보이며 한국의 불화는 마음을 완전히 비운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그리는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두 스님의 수행 방편은 전혀 다르지만 마음을 모아 일체의 번뇌를 뛰어 넘은 곳에서 진리의 원음이 들리고 진실한 세계가 보인다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 관정 스님이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데 있어 입으로 하는 것을 뛰어 넘어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영혼의 소리로 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저절로 극락이 보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하자 만봉 스님도 “아무 생각이 없는 자리에서 불보살을 그릴 때 불보살의 진실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일정 때문에 관정 스님이 “이만 가 봐야 겠다”고 하자 만봉 스님은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5시간여 동안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눈 두 스님은 서운한 듯 서로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이별 장면을 보면서 두 고승은 극락세계의 연꽃위에 올라 앉아 재회의 기쁨을 나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임연태 기자 | ytlim@buddhapia.com |
2003-02-13 오후 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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