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한잔 마시고 가시게(喫茶去)”
중국 조주 종심 선사(778-897)의 유명한 끽다거 화두다. 옛 선사들은 차 마시는 일상 속에서도 깨침을 이루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오랜 옛날부터 차(茶)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우리 생활의 중요한 무엇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불교와 차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였는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차인의 한 사람인 초의 스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 천 년의 전통을 이어 온 차 문화가 최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대중에 파고들고 있다.
우리 차 문화는 일제시대 이후 한때 그 명맥이 끊기는 듯 했다가 1970년대부터 다시 일어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차에 대한 관심은 일부 전문 차인들이나, 차 동호회 중심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의 한 맥으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대중적 생활 문화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차 관련 단체만도 20여 곳에 이르고, 지역의 소규모 단체와 동호인 중심의 다인모임까지 합하면 그 숫자가 3백만에 이른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지허 스님의 차> <우리 차 문화> <풀잎에 띄우는 연서> 등 우리 차 문화의 역사를 다루거나 에세이형식으로 풀어낸 차 관련서 들이 잇따라 발간되고, 사찰의 다도 모임도 날로 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의 심성교육 차원에서도 다도가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도입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경희대 특별대학원에 전문 차인들을 위한 다도대학원이 개설되었으며, 지역 문화센터나 복지관 등에도 차 문화 배우기 코너가 신설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교교양대학인 동산불교대학에서도 불교다인(포교사)양성을 위한 불교다도학교를 개설했다. 기본과정, 지도과정 각 2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불교다도학교는 한국차문화협회 이귀례 이사장이 교장을 맡아 차의 생활화와 옛 선사들이 이어온 다선(茶禪)의 가르침도 터득해 나간다는 목표다. 또 동춘차문화연구소에서도 초의 선사로부터 응송 박영희 스님에게로 전승되어온 제다법을 연구할 장학생을 모집한다. 매년 5명의 전수생을 선발해 교육과정의 일체비용을 지원하고 우리 차의 명맥을 전승할 계획이다.
이 밖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방편으로 차를 즐기는 이들 또한 늘고 있으며, 차를 마시며 듣는 다악(茶樂)까지 등장하는 등 차에 관심이 날로 늘고 있다.
선암사에서 일반인을 위한 산중다담을 진행하며 우리 차 문화 바로알기에 힘쓰고 있는 지허 스님은 이러한 차 문화 확산에 대해 “단순히 마시는 차로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 전통문화의 뿌리로서 우리 차를 바로 알고, 마시고, 보존하는 데에 보다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