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은 제주 4·3항쟁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과 기행문 <적멸보궁 가는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시인 이산하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젊은 법운 스님과 이제 막 성년식을 앞둔 문학소년 철북이가 삶의 화두를 찾아 떠나는 좌충우돌 성장기가 펼쳐진다.
고교시절 겪었던 한 스님과의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여행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저자가 오래도록 부둥켜왔던 문학적 화두의 싹이 어디에서 어떻게 돋아났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소설가를 꿈꾸던 자신의 옛 모습을 이제 막 성년식을 앞둔 문학소년 철북에 투영시켜 젊은 날의 꿈과 이상,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웃음과 눈물이 가득한 에피소드 속에 담아냈다.
쉰 살이 넘어 뒤늦게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어 폐사가 되다시피 한 절을 손수 다시 지은 철북의 외할머니이자 수국사 주지인 견성 스님, 6·25전쟁통에 남편과 자식들을 잃은 후 정처없이 떠돌다 절 살림을 도맡게 된 노 보살, 청도 운문사 비구니 승가대학을 졸업한 정식 승려이자 소녀와 같은 천진난만함을 지닌 해인 스님, 그리고 고시 재수생 낙수·····. 아름다운 산사에서 그들과 어우러져 문학도로서의 꿈을 키워가던 철북은 어느 비오는 날 법당 돌탑 앞에 쓰러진 한 객승의 공양당번을 하게 되면서 고행승 법운과의 뜻깊은 만남을 갖게 된다.
묵언정진과 만행, 혈사경 수행 등을 통해 깨달음을 이루려는 법운과 문학을 통한 홀로서기의 진통 과정을 겪는 철북은 각각 존재론적 성년식과 생물학적 성년식이라는 과정에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소설은 ‘두 개의 성장’을 병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운 스님의 구도행이 전통적인 선불교의 방식을 좇는다면, 철북이의 성장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의 비유를 따라간다. 법운과 철북, 이 두사람의 성장을 조화롭게 병치시켜냈다는 점에서 성장소설로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대화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삶의 목적과 방법론이라는 다소 심각한 주제를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감동으로 풀어낸다.
양철북
이산하 지음
시공사,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