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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메주 수행'하는 김용숙 보살
금강경과 메주. 언뜻 생각하면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금강경 메주’를 밤낮 바라보며, 금강경 가르침대로, 메주처럼 구수하고 진솔하게 살고자 하는 가족이 있다. 김용숙(대전 서구 둔산동ㆍ42) 씨 가족이 그 주인공.

“엄마? 엄마는 메주가 좋아, 내가 더 좋아?” 3일 기자가 김 씨 집을 방문한 날, 이 집의 막내 준호(10)가 엄마인 김 보살에게 갑자기 묻는다. 하루 종일 메주 배달을 다니는 엄마. 준호는 왜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진 것일까?

“우리 ‘아들 부처님’이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부셨나요?” 늘 가족 이름에 ‘부처님’이란 말을 붙여 부르는 엄마 김 씨. 이렇게 자녀에 이름에 부처님을 붙여 부르는 것은 자식들이 부처님 가르침 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김 씨는 아들 준호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잘 안다. 집안 가득 메주의 독특한 곰팡내(?)가 폴폴 나니 아이들로서는 기분 좋을 리 없다. 매일 아침 식탁에서 엄마를 본 기억마저 까마득할 거라 생각하니 은근히 미안하다. 준호도 엄마가 무슨 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막내로서 괜히 해본 투정이다.

“여보, 이번 주말에 가족 여행이라도 다녀옵시다. 윤옥이가 눈꽃축제를 보고 싶다는군.” 남편 공인복(대전 과학기술원 근무ㆍ46) 씨의 말에 역시 김용숙 보살은 대답이 없다. ‘괜한 소리’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공 씨. 남편 공 씨도 매일 아침 아내 김용숙 씨가 어디를 가는지 알고 있다. 4년 전부터 금강경독송회 대전포교당에서 신행을 시작한 이래 한번도 거르는 걸 본 적이 없다. 지병인 당뇨병 때문에 체력이 뚝뚝 떨어져 못 일어날 것 같은 날에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법당에 장궤를 하고 금강경을 읽는다.

김 씨도 남편의 마음을 잘 안다. 딸 핑계를 대지만 구경을 가고 싶은 건 정작 남편이다. 유난히 눈을 좋아하는 남편은 서울 개운사 불교학생회의 ‘금산사 겨울 수련회’에서 김 씨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눈이 펄펄 내리는 법당 안에서 1080배를 마치고 나오는 김 씨의 모습에 반했던 것이다.

“엄마, 나도 천일기도를 하고 싶어요.” 김용숙 씨의 딸 윤옥이(16). 올 3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딸 윤옥이는 매일 새벽 금강경 독송을 하는 엄마를 따라 백일기도를 시작해 거뜬히 백일 넘겼다. 또래보다 겸손하고 한층 예의바르다는 칭찬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더니 이제는 천일기도를 원으로 할 만큼 불교를 좋아한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금강경 독송을 듣고 수행을 함께 하는 딸을 보면 부처님 길을 같이 걷는 가족이 너무 소중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딸과 함께 매일 아침 독경과 참선을 한다는 게 너무 든든하다. 김용숙 씨가 틈틈이 전국 선방을 찾아다니며 참선 수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가족들의 헌식적인 격려와 배려 때문이다.

김용숙 씨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메주 파는 것을 수행 삼는다. 금강경독송회 회원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만들어지는 ‘금강경 메주’. 이 메주는 각 가정의 식탁에서 보글보글 끓는 맛있는 찌개가 되고 국이 된다. 특히 김용숙 씨는 메주 파는 일에 남다른 모범을 보이고 있다. 김 씨는 포항 금강정사 금강경 수행자들이 만든 메주를 받아다가 아파트 알뜰 시장, 백화점 할인 판매 행사장, 가정집을 돌아가며 판매를 한다. 여기에 얻은 수익은 한 푼도 빠짐없이 전액 법당에 보시를 한다. 이 기금은 점심을 굶는 결식아동들에게 전달이 된다. 많은 소년소녀가장들이 메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얻고 있다.

김용숙 씨가 메주 장사를 시작한 것은 3년 전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준호네 반 공개수업에 나간 때부터다. “자, 여러분이 가장 좋아 하는 음식을 적어보세요.” 준호가 하얀 백지에 ‘된장국’이라고 썼다. 이를 본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준호는 된장국을 좋아하네. 된장국을 많이 먹어서 준호가 이렇게 큰가 보다. 여러분도 피자나 치킨만 좋아하지 말고 된장국을 많이 드세요”했다. 요즘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국 등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데 비해 된장국을 가장 좋아하는 준호는 일약 주목을 받았다.

애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은 신세대 엄마들이 김용숙 보살에게 어떻게 된장국을 끓이기에 아이들이 잘 먹느냐는 등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우리나라 음식을 대표하는 된장, 항암효과도 큰 된장을 먹는 것은 우리 음식 문화의 전통을 잇는 길이기도 하기에 ‘준호 엄마’ 김용숙 씨는 된장의 좋은 점과 효능,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시간 나는 대로 가르쳐주고 있다. 아들 친구 엄마와 이웃 보살들이 ‘금강경 메주’를 찾게 되었고 김 씨는 금강경독송회 된장을 구해다 한 집 두 집 갖다 주었고 어느새 ‘금강경 메주’ 배달부가 되었다.

‘금강경 메주’를 위해 7개월 전부터는 직장도 그만 두었다. ‘금강경 메주 수행’에만 매진하고 싶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김씨는 월급을 타면 그중 50%를 금강경독송회 대전법당 불사에 보시하거나 남을 돕는 일에 써 왔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법당에 나가 독경과 참선을 하고 사찰 참선 수련회도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정성껏 만든 메주를 많이 보급하고자 해요. 메주를 직접 갖다 주고 하는 일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빼앗기죠.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도 성심껏 하는 게 중요하죠. 남들이 알아주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상(我相) 아니겠어요? 이 메주로 인해 소년소녀 가장들이 밝게 웃을 생각을 하니 힘이 납니다.”

김용숙 씨는 오늘도 메주 배달을 부탁한 집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 금강경 메주 왔어요.”
강유신 기자 | shanmok@buddhapia.com |
2003-02-10 오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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