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님, 걱정 말아요. 이제 좋은 곳에 가려는 거니까 마음 편히 먹어요.” 경기도 장흥 대원정사 해련 스님이 몸져 누운 아흔다섯 김문명 할머니의 손을 굳게 잡아준다. 김 할머니도 스님을 바라보며 담담히 웃는다.
치매 노인이 방에 똥을 싸면 열 일을 제치고 치다꺼리를 하던 해련 스님. 30대의 곱던 비구니 스님도 이제는 초로의 나이가 됐건만, 스님의 보시행은 그제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같이 지내던 일곱 노인도 모두 불귀의 객이 된지 오래다. 김 할머니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십년이 넘는 세월을 변함없이 찾아와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스님이 곁에 있어 주기에 든든하다.
해련 스님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돕는 일을 시작한 것은 10평짜리 비닐하우스에 부처님을 모시고 살던 20년 전 천막법당 시절부터다. 어려운 절 살림을 꾸리면서도 한 명씩 가족 없는 노인들을 데리고 왔다. 병든 사람이 있으면 고쳐 주고, 갈 데가 없으면 머물러 살게 했고 어려운 처지의 독학생이 있으면 슬그머니 학비를 보태 주었다. 기도가 끝나서 과일과 음식이 생기면 독거노인들 몫을 남겼다가 보내주고 쌀과 밑반찬 난방비까지 꼬박꼬박 챙겨준다.
이런 스님의 행동은 대원정사 신도들을 감동시켰다. 한 명씩 스님을 본받아 불우노인 돕기를 자청했다. 스님과 함께 찾아가 청소며 빨래를 해 주고 목욕도 시켜준다. 노인들이 죽으면 장례식과 49재, 제사를 거든다.
다른 할머니를 찾아가기 위해 자리를 뜨는 해련 스님을 보며 김 할머니는 “백살 늙은이가 스님께 해드릴 게 없지만 갚을 수만 있다면 죽어서라도 스님의 은혜를 갚고 싶다”고 눈물을 흘린다. 스님이 있기에 김 할머니는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