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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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고속철 백지화 공약 실현 위해 '단식'
<산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지금 우리의 국토를 바라보는 일이 가족을 잃는 슬픔과 순결을 잃어버린 어린 누이를 보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매 안타까움이다. 늪가의 아주 작은 벌레와 이름 모를 꽃들, 숲을 지키는 작은 새들과 달아나는 노루와 고라니를 향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

입춘 다음날인 5일 오전 11시,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지율스님은 부산시청 앞에 자리를 깔고 금정산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백지화 공약 실현을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성산을 오르내리며 직접 찍었던 천성산의 아름다운 꽃, 나무, 풀들이 스님을 지키는 호법신장처럼 스님이 앉아 있는 양옆을 지켰다.

천성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사진전을 겸하고 있는 스님의 단식은 사진 속에 담기기 전 스님의 눈과 마음을 끌었던 그 생명체를 위한 것이기에 스님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생명들에 마음을 빼앗겨 그것들을 지키는데 마음을 모아주길 소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언제 끝이 날지 기약도 없이 천성산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모일 때까지, 물 이외에 어떤 것도 먹지 않겠다며 단식을 시작했지만 첫날 스님의 모습은 여느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천성산을 걱정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태로운 자식을 구하려는 어머니의 절박함을 간혹 비쳤을 뿐이다. 도와달라는 말. 요즘 스님에게서 많이 듣게 되는 말 중의 하나다. 그것은 스님이 대신 전하는 금정산의 말이고 천성산의 절규다. 스스로 육신의 한계에 직면하며 생명을 걸어야 될지도 모를

단식을 시작하고도 5일 만난 스님은 천성산 걱정뿐이었다.
스님은 단식을 시작하며 "처음 고속철도가 천성산의 심장부를 관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산이 울고 있다고 느꼈으며, 산이 도와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들었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였다"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님은 "지금 우리는 생태계 보존지역이며, 습지보존지역, 문화재보존지역 및, 도립공원 등 10여 개 이상의 보존지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계획되고, 설계된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이라는 문제를 통해 환경문제를 이 시대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안고, 그 대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과 관심을 촉구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금정산·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백지화를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의 현안으로 새 정부의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당선 이후에 천성산 구간의 발주 취소를 약속했던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는 한국고속철도공단의 천성산 발주(2월 6일)를 묵과하고 있으며, 이를 묵과하는 일은 새로운 정부가 공약하고, 약속한 것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단식 첫날인 5일, 시청앞 광장에는 지율 스님의 뜻을 지지하는 불자들과 금정산 지킴이단 회원, 양산-부산간 자전거 투어에 함께 했던 사이클 동우회 회원 등이 방문해 힘을 보탰다. 또한 지나던 시민들도 사진을 둘러보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스님의 단식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매일 오전 8시 시청 광장에는 천성산의 아름다운 풀과 곤충의 사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스님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천성산의 작은 생명들이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스님의 간절한 108배 기도로 이어질 스님의 야외 사진전을 겸한 단식은 오후 6시경, 통도사부산포교원로 자리를 옮겨 이어지게 된다.

스스로도 언제 끝이 날지 알지 못한채 시작한 지율스님의 단식은 천성산, 금정산 노선 백지화라는 단편적인 결론 도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움트게 하기 위한 소리 없는 외침이다. 스님은 "환경문제에 대한 답은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지혜와 통찰로 풀어나가야 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반대를 위한 단식은 우리의 염원을 담은 반성과 성찰이며, 말없는 산에게 도와주겠다고 했던 처음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마음의 기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생수 물병을 옆에 놓고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앉아 천성산을 살리기 위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는 스님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영화제목처럼 천성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최악의 경우도 각오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스님은 "금정산·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이후에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통해 천성산 구간의 발주 취소를 약속해 놓고도 한국고속철도공단의 천성산 발주(2월 6일)를 묵과하고 있으며, 이를 묵과하는 일은 새로운 정부가 공약하고, 약속한 것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옆에서 스님을 지켜보던 청정화합시민연대 관계자는 "하루하루 야위어 가는 스님의 육신은 곧 천성산의 앞날이고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에 우리는 스님의 단식을 끝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 많은 불자들이 마음을 모아 천성산, 금정산을 지키고 지율스님도 지켜주길 바란다"고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스님 또한 "저의 염원과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많은 시민들의 동참과 관계자들의 자성으로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이 백지화되고, 새로운 노선이 결정되기를 기원한다"며 화엄성지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많은 불자들의 마음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다.
2003-02-06 오전 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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