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끼리 노동력을 나누던 품앗이나, 공동체의 일을 함께 처리하던 두레의 전통이 사라진지 오래다. 급속도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수많은 전통적 가치나 생활문화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일수록 오히려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법이나 제도만으로는 거대한 사회가 원활하게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날이 악화되는 환경 오염과 안심할 수 없는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각성된 개개인의 구체적 행동만이 해결책일 텐데, 그것의 결집된 형태가 바로 ‘생활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생활공동체’라 할 ‘생협’이 불교계에서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창립으로 시작된 불교 생협이 올해 초 서울 봉은사 등 7개 단체가 연합한 불교생협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실상사에서 인근 주민과 힘을 합쳐 20만평 규모의 유기농 단지를 조성하여 생협의 한 축인 생산 기반을 갖췄다.
불교 생협은 단순히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 확보 수단을 넘어 부처님의 생명사상을 사회화시킬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특히 사찰이라는 공간은 도시와 농촌 즉 생산자와 소비자를 묶어주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이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