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서정대 스님이 지난 14일 총무원장을 공식 사퇴함에 따라 후임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각 출마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종헌종법에 따라 오는 2월 24일 신임 총무원장 선거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선거 분위기가 암중에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임 총무원장이 교육사업에 뜻을 두고 동국대학 재단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전과 달리 별다른 대과없이 자의로 원장직을 사퇴했기에 후임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단 안팎의 축제가 될 법하다. 그러나 축제여야 할 총무원장 선거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마음은 기쁘기는커녕 조마조마하기 그지없다. 혹여 잘못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지는 않을까? 청정한 승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권력욕에 오염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세속인들도 부도덕하게 지탄하는 금품선거가 되는 것은 아닌가? 등등 노파심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다. 과거 수많은 선거가 폭력과 금품으로 얼룩졌거나 비방과 불신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그렇다.
승가의 근본은 화합과 청정함에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승가의 구성원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표현되는 세 가지 인생의 독소들을 여의고, 무욕과 자비와 지혜로 중생들을 제도하는 사표이다. 지혜와 실천을 구비하였기에 언제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것이다. 따라서 몸, 입, 마음을 화합시키고 더하여 계율과 보시와 견해를 화합해야 한다고 했다. 총무원장이든 아니면 어떠한 종단의 직책이든 그것은 세속적인 의미의 출세와는 달라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불국정토건설에 좀더 앞장서겠다는 대의명분이 필요하며, 대내적으로는 중생, 국토, 부처님,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종단 내외의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각오를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불교계가 여법한 수행과 중생제도에 헌신하고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대답에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선거와 연관된 매직, 매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폭력과 비방, 흑색선전이 제 철을 만난 듯이 활개를 쳤다. 불법을 위해 목숨을 던진 역대의 조사들이나 교단을 위해 헌금을 마다하지 않았던 수 없는 무명 재가자들의 공덕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불안과 회의가 우리들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문화환경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종교환경 역시 마찬가지이다. 깨달음을 논하기에 앞서 종교 역시 사회의 한 구성요소이며, 사회를 떠나 어디에도 존립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현대사회의 시민들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으며, 군림하는 불교, 대중과 고통을 함께하지 않는 불교에 더 이상의 갈채를 보내지 않고 있다. 전근대적인 안목과 역사의식을 지니고는 조계종단 내지 한국불교계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출마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조계종단은 천칠백년 한국불교사의 정통성과 불교문화를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정보화 사회로 통칭되는 21세기 사회에서 담당해야할 사회적 역할 역시 막대하다. 역설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한 종파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한국불교문화의 향방을 결정할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 말할 수 있다. 공명정대하고 당당한 모습 속에서 만인이 찬탄과 경외심을 보내는 선거가 되길 충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