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에 의한 토지 강제 수용으로 수행환경과 자연환경 파괴에 직면한 부산 선암사(주지 정야)가 전통사찰의 토지수용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낸 위헌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전통사찰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공수용으로 인한 소유권 변동에 대해서 규제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원칙에 위배된다며 선암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1월 30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 재판관)는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으로,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5항중 같은 조 제 1항 제2호 소정의 동산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의 양도에 관련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며 선암사가 제기한 위헌소원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의 입법목적은 '민족문화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 전통사찰을 보존함으로써 민족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으로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9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라며 "민족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국가의 헌법상 의무이므로, 소유권 변동 주체나 형식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리 재판소가 위헌결정 또는 단순한 헌법불합치결정만을 선고할 경우 이 법률조항은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선고한 때부터 더 이상 적용할 수 없게 되므로, 그 요건에 따라서 전통사찰을 실효성 있게 보존할 수 있는 제1, 2유형에 대해서는 그 법률개정시까지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존속한다"며 해당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을 인정했다.
94년 6월부터 사찰 토지 강제 수용 불가 입장으로 법적 대응을 벌여오던 선암사는 사찰에서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사찰 소유 토지가 택지개발예정지구에 편입돼 강제수용이 결정되자 지난 2001년 3월 헌법소원을 낸 결과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이로써 지자체 주택공사 등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실시한다 해도 전통사찰 경내지 강제수용은 불가하다는 판례를 남겨 전통사찰 보존의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