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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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협 '현황과 전망'
△불교생협의 시작과 현재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들이 권익을 지키는데서 나아가 능동적으로 생산자와 연계할 수 있는 조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조합이라는 형태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문화와 교육의 영역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기도 한다.

70년대 이후 가톨릭 농민운동을 이끌어온 박재일 씨를 중심으로 86년에 설립된 한살림을 비롯 현재 국내 생협은 2002년 말 현재 119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비해 불교계 생협은 98년 외환 위기에 의한 경제 한파로 귀농이 사회적 대안으로 부각되자 첫 움직이 시작됐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생협이 귀농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연결된다고 판단, 9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기념 특판에 이어 서울 용화사에 최초의 매장을 개설했다.

99년 4월 불교도농공동체운동본부준비위원회 발족과 99년 9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창립으로 불교 생협은 경기도 시흥에 물류창고를 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됐다. 2003년 1월 18일 서울 봉은사에서 능인선원, 수원포교당, 부천 석왕사 등 7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불교생협운동본부 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가 개최됨으로써 법인체로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모습을 갖췄다.


△생협의 중요성

생협은 최근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 고조로 먹을거리 공동구매를 위한 지역모임 형태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의료 등 실생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 및 단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인 ‘우리어린이집’을 비롯해 도토리방과후공동육아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발기인이 된 ‘마포두레생협’도 생협의 의미를 더한다. 즉 생협의 활동 범위가 생활재의 이용에 국한된 것만 아니라 공동육아와 지역내 작은도서관만들기, 무료법률상담 등 공동체적인 관계 확립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호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처장은 생협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친환경적인 유기농산물을 다룸으로써 불교의 생명사상을 담을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을 개발과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관계에서 상생의 관계로 묶어준다. 또한 조합원들이 민주적 공동체라는 대화의 광장을 만들 수 있는 데도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생협이 풀어야 할 문제점들

현재 불교생협본부는 304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99년부터 시흥 물류창고를 이용해 생협운동을 해왔지만 현재 한달 총 매출액은 6천여만 원 정도. 순수익 8%(480만원)에서 상근 인원 3명의 인건비와 물류비용을 제하고 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 한살림(조합원 6만590명, 연 매출액 3백7십여 억원)과 비교할 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가격도 생협 운동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불교생협본부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쌀의 경우 20kg에 7만8천원 선이다. 일반 쌀 20kg이 4~5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3~4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다. 쌀 외에 다른 품목도 일반 농산물보다 20% 정도 비싸 도시 저소득층이 구매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합원 수 증가가 필수다. 즉 조합원이 많아져야 대량 구입 및 소비가 가능해 배달에 따른 물류비용 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도 생협이 당면할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실상사유기농업작목반과 남원의 남농영농조합 등 전국의 귀농 회원들이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려면 약 1만 가구 가량의 소비자가 조직되어야 한다. 물론 불교생협본부를 통해 다 소비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조합원의 확대는 절실한 문제다. 개방농정이 심화돼 상당수의 농민들이 유기농생산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계가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이일형 불교생협본부 상무이사는 “불교계에서 생협이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불자들의 인식 부족 때문”이라며 “지속적인 홍보활동과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협 사업계획과 전망

불교생협본부는 올해 매출 확대 사업으로 도심사찰이나 포교당을 중심으로 올해 2~3개 매장을 개장한다. 또 불교계 언론과 생협 운동에 대한 공동프로젝트를 선정해 생협 운동과 생명운동이 지향점을 밝히고, 사찰과 종단과의 연계를 이루는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월 1회 정기적 조합원 교육 실시, 연 1회 생협학교를 개최해 활동가 양성, 생산지 방문을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거리를 좁히기 등의 교육활동도 준비 중이다. 월 1회 생협신문 발간, 7월에 시연 예정인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도 강화한다. 개별회원 확충 보다는 매장형태로 운영되는 사찰별 생협준비위원회의 개별 법인화 유도를 통한 회원확대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 근교의 토지를 임대해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강원도 정선 지역에 있는 집을 활용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체험장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또 가칭 ‘우리쌀살리기 불교운동본부’를 조직해 유기농식 확산과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지역순환적 전국조직화’를 통해 지역간의 네트워킹을 이용한 조직강화도 구상 중에 있다.

한살림이 계획 중인 학교급식도 불교생협본부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유기농산물이 현재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것보다 가격은 높지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ㆍ청소년들의 건강 측면을 부각시켜 학부모들의 의식만 변화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또 쌀라면이나 떡국 등 가공품 판매도 매출 신장의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이 것은 원료 생산자보다 가공업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 생협 본래의 의미를 희석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윤형근 한살림 상임연구원은 불교생협본부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 “불교생협은 사찰과 신도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이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일반 생협보다 더 활성화 될 수 있다. 사찰을 거점으로 하는 사찰 단위별 생협과 사찰을 중심으로 지역주민들과 연계하는 지역 단위별 생협 조직 사업도 고려해야 한다. 또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수준이 아니라 발우공양 정신 등 불교적 의미를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된다.”고 말한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3-01-29 오전 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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