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놀이인 투전이 트럼프로 건너가 다시 화투로 돌아왔다면? 미신으로 비하되는 사주팔자, 부작, 장승이 실제 물리적 효과를 가진 신물(신물)이라면? 단군과 고조선이 신화가 아니고 실존하는 역사라면?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은 화투에서 부터 우리나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새에 이르기까지를 우리 문화유산의 범주에 넣어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깨부수는 독특한 책이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 박사를 취득한 이종씨가 집필했다.
저자는 풍속과 민속 유산까지 과학이라는 틀에 넣고 독특한 상상력과 과학적 관찰력으로 선조들의 지혜를 재조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것은 무조건 훌륭하다고 과장하거나 치켜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자라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 위에서 그동안 합리적이지 않다는이유로 그 가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유 무형의 우리 문화유산들을 현대의 과학적 접근법을 이용해 그 가치를 역으로 검증해 낸다. 도깨비, 고스톱, 장승, 산삼, 인삼, 소나무, 뱀장어에 이르기까지 책장을 넘기다보면 "도대체 이것도 문화유산인가?"싶을 정도로 엉뚱한 소재들이 과학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인간이 오래동안 믿음을 가지고 지켜왔던 것이 설령 도깨비일지라도 거기에는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남았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우리 조상이 믿고 의지하고 보편화 시킨 것이라면 현대 감각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배격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외국인들에게 이상하게 비쳐진다 할지라도 우리 것으로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더 나아가 외국에서 도입된 새로운 풍습과 문화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정착시킨다면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 앞으로 필요한 것을 예견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우리 것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최초의 과학영농 온실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한 금속활자와 측우기에 견줄만한 온실이 세종대왕때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밝히고 있어 앞으로 학계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옛 선조들이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온실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데, 이 온실과 관련한 최초의 기록이 이 책에 상세하게 나와있다.
신토불이 우리문화유산
이종호 지음
한문화,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