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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재가종무원 복지 실태 진단
사찰의 주인은 누구일까. 현실적으로 사찰은 스님들의 수행처이자 생활공간이고 부처님을 향한 예경의 공간이다. 따라서 사찰의 실제적 주인이자 수호자는 스님이다. 그렇다면 이것만으로 사찰이 제 구실을 다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외호자도 있어야 하고, 시대에 따른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재가 종무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도 분명 사찰 운영의 한 주체다.

절 살림과 신도관리의 핵심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종무원 없이 사찰 운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종무원의 처우는 사찰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단히 열악한 상황이다. 들쭉날쭉한 급여체계, 불안한 신분보장, 국민연금은 물론이거니와 의료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에서도 소외돼 있다.

직업인으로서 사찰 재가종무원의 처우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근무여건은 어떤가’=맞벌이는 기본, 신심은 필수. 재가종무원의 직업 수칙이다. 이 같은 자조적 이야기의 뿌리는 급여.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경남 지역의 한 사찰에서 5년 째 근무하고 있는 오 씨. 한달 급여가 120만원을 조금 넘는다. 전직 교사인 오씨의 급여는 중소기업 고졸 초임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 둘째 아이까지 본 오 씨는 늘어난 생활비 감당을 못해 최근 들어 집 근처 가게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내 역시 상가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오 씨와 같은 사례는 조계종 본사급 재가종무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급에 따라 적게는 60만원 많게는 140만원, 상여금은 0~400% 정도다. 게다가 불규칙적인 근무 시간, 들쭉날쭉한 급여 체계, 4대 보험 미가입 등은 재가종무원들의 근무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모든 종무원들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경기지역의 교구 본사 사무장 오 씨(45)는 “현재 받고 있는 급여는 중앙종무기관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돈을 벌려고 생각하면 사찰 종무원 생활을 못 한다”고 말했다. 사찰이 규모나 종무기관의 성격에 따라 급여 수준이나 근무 조건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해법이 단순할 수 없는 건 물론이다.

▲‘노동자인가 신도인가?’=재가 종무원의 직업적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경남 지역 한 교구본사의 사무장 박 씨(59)는 오전에 주지 스님에게 핀잔을 먹었다. 50여 명 종무원들의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가, ‘부처님 일 하는데 돈이 뭐가 중요하느냐’는 말만 들었다. 주지 스님과 종무원간의 실랑이. 비단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찰에서도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종무원의 직업 정체성이 노동자와 신도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대가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로 일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종무원의 신분보장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강원도 지역 S사찰의 종무원인 김 모(36)씨는 “주지 스님이 바뀔 때마다 사무장이 바뀐다. 업무 지속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직업인으로서 고유 업무에 대한 보람과 긍지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다.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관련 인사규정조차 없다. 있다하더라도 노동자로서 신분보장 같은 것을 요구할 거라면 당장 그만 두라는 식의 말만 돌아온다”고 털어놓았다.

이러다보니 재가 종무원의 근무 연수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장기 근속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남 지역 한 교구본사의 경우, 40여명의 종무원 가운데 1~2년 근무자가 절반에 가깝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대불련 출신 김 모씨(27)는 "종무원의 복지처우도 문제지만 고용보장이 안 되는 불교계 현실이 안타깝다"며 "불교계에서 일은 한다는 건 생각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직업인으로 재가 종무원 제도가 자리 잡고 있는 사찰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조계사, 대구 동화사, 해남 대흥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조계사는 지난 1999년에 국민연금, 의료(직장), 고용, 산재 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완료했다. 전체 종무원 26명을 일반회사와 같이 직급과 직책을 부여하고, 급여도 중앙종무기관의 수준으로 인상했다. 또 조계사의 이 같은 변화는 사찰재정 운영, 신도조직관리 등 제반 업무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재가 종무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구 동화사도 마찬가지다. 2001년 초에 고용?의료보험에 가입한 후, 지난해 하반기에는 산재보험 및 국민연금을 가입해 영남지역 교구본사 가운데 처음으로 4대 보험 가입을 끝마쳤다. 특히 종무원들의 퇴직금 적립을 위해 총급여액의 10%를 적립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바람직한 모델은 또 있다. 해남 대흥사는 일찌감치 주5일제 근무에 따른 사찰의 역할을 준비해왔다. ‘새벽 숲길’ 등 테마 중심의 수련프로그램은 재가 종무원이 기획해, 호평을 받고 있다. 기획력과 전문적인 종무행정력을 인정받아 사찰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종무원 처우의 열악이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ㄱ사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ㄴ사찰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찰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급여체계의 합리적 조정이다. 본사나 중앙종무기관에서 사찰 규모별로 표준화된 급여 체계를 제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를 개별 사찰에 강제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 만족도가 신도 관리나 포교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개별 사찰에서 알아서 할 일만은 아니다. 신분보장, 합리적인 급여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종무원 복무규정의 현실적 보완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또 대다수 사찰에서 가입하지 않고 있는 4대 보험가입도 추진돼야 한다.

충북 지역 S사찰의 최 모 사무장(43)은 “그동안 종무원들은 사부대중의 참여에 의한 사찰 운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노동자로서 재가 종무원을 인정하는 스님들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근무조건이나 위상 제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
2003-01-25 오전 8:30:00
 
한마디
재가종무원에 대하여 상벌및 엄격한 인사고과를 시행해야한다. 그리고 재가종무원의 자질을 높임에 대한 연구와 이들의 보수를 정부 투자기관에 준해야한다. 재가종무원의 위상이 높을수록 종단의 위상도 상향된다. 승려보다 재가자가 실지 행정등 업무를 다 함을 깨달아야한다.
(2003-01-25 오전 12: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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