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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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계를 최초로 단합시킨 케마 스님
“수행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온몸과 온마음일 뿐입니다.”
비구니계를 최초로 단합시키고 국제불교여성협회 즉 사키야디타(Sakyadhita : 붓다의 딸들)를 창시한 케마 스님(Ayya Khema : ‘아야’는 스님이란 뜻). 남들이 은퇴하여 안락한 삶을 누리며 손자 볼 생각을 할 55세의 나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던 케마 스님은 늘 제자들에게 이 말을 되풀이 하며 일러주었다.

1999년 입적할 때까지 남방불교의 수행전통을 세계에 전한 스님은 자신이 설립한 독일의 붓다 하우스에서 입적하기 전 자신의 삶이 ‘모든 것을 놓아 버리는’(放下着) 과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드라마틱한 당신의 삶 굽이굽이에서 맞닥뜨린 난제들은 바로 자신을 가르친 자애로운 스승이었다는 회고도 곁들였다.

1923년 독일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나 1979년 스리랑카의 나라다 마하테라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은 스님은 1978년부터 호주 시드니의 ‘붓다 담마 사원’을 시작으로 스리랑카 콜롬비아의 국제불교여성센터, 89년 독일의 붓다 하우스, 97년 독일 최초의 산림 승원인 '메타 비하라'를 잇달아 창건했다. 스님은 또 87년 세계 최초의 비구니 국제대회를 개최해 ‘사키야디타’를 창립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같은 해 파라푸두와(Parappuduwa) 여성 수도원 섬을 설립해 서구 여성들이 머물며 수행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이 수도원 섬을 설립할 때 비구 스님들과 거사들은 ‘해적들이 습격해 강도와 강간을 일삼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케마 스님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 있는 서양 여성들은 토박이 해적들보다 체구가 두 배는 큰걸요.”

늘 쉽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법문을 설한 케마 스님은 “법(Dhamma)은 모국어로 설하되 명확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리의 정수가 흐려져서는 안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강조하면서, “전법자가 사람들의 생각에 맞추려 하고 사회적인 공인을 얻고자 할 때 해탈로 이끄는 법은 빛을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사회적인 욕구에 영합한 희석된 불교는 부분적인 진리만을 담을 수 밖에 없는, 정신병자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극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이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명상을 가르치면서도 진리의 본뜻을 더욱 환하게 드러내었던 스님의 영어 및 독일어 저술은 25종에 이르고, 이중 일부분은 7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스님의 주옥같은 문체는 87년 출간된 책 <비움(Being Nobody, Going Nowhere)>으로 ‘크리스마스 험프리상’을 받을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스리랑카와 독일, 미국 등을 오가며 전법여행을 펼치던 케마 스님은 노년에 딸이 살던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자주 방문해 명상을 가르쳤다. 친구인 루스 데니슨(Ruth Denison) 법사가 머물며 위빠싸나와 상좌부 불교를 가르치던 ‘사막의 불교센터’에서 스님은 유머를 곁들인 힘찬 설법으로 위빠싸나를 지도해 수행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열정적인 전법여행을 펼치던 케마 스님은 어느날 ‘유방암 선고’란 은산철벽(銀山鐵壁)에 부딪친 이후에도 포교를 멈추지 않았다. 남은 생을 약물 투여와 치료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입원도 하지 않은 채 수행 지도에 매진하는 한편 목숨을 건 마지막 용맹정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발병 후 9년째가 되자 고통은 더욱 심해졌고 수술은 불가피해졌다. 스님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법을 설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5주 동안의 입원기간은 동분서주하며 전법에 나섰던 육신을 모처럼 쉴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중생교화에 대한 스님의 큰 원력을 짐작할 수 있다.
김재경 기자 | jgkim@buddhapia.com |
2003-01-25 오전 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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