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구간과 경부고속철도 금정산 천성산 구간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교통부가 최종방침 유보와 공사강행의 입장을 밝혀 종교계와 환경단체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 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와 관련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 걸었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이후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약속하고 있다. 환경부도 10일 ‘반대’ 쪽으로 입장을 정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 했다.
그런데 이 공사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설교통부는 입장이 다른 것 같다. 건교부가 1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노선조사위원회의 활동을 3개월 연장해 최종 방침을 확정하겠다”고 보고한 것은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건교부는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경부고속철도의 금정산 천성산 구간 공사도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을 보고했다. 이런 와중에 반대의 목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관련 현장에서는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사항, 2년이 넘는 각계의 반대 목소리들이 공사현장 굴삭기 소리에 묻히고 있는 것이다.
묻고 싶다. 정부는 북한산을 두 번 죽이려 하는가? 그리고 분명하게 알려주고 싶다. 지금은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다. 번복될 수 없는 국민과의 약속인 ‘백지화’란 전제를 걸어 놓고 어떤 수순과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이다. 이 점을 잊었다면 지금이라도 크게 뉘우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