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최근 발간한 <불교문화재 지정현황 목록>을 보면 우리 나라 국보ㆍ보물의 64%가 불교문화재이다. 그러나 조사가 안 돼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정 가치가 있는 사찰소장 불교문화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었다.
현황 파악조차 안 돼 문화재 도난범들의 주요 표적이 됐던 사찰소장 불교문화재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문화재청 예산 지원으로 불교문화재 일제조사(2002~2011년)를 벌이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설웅 스님)은 첫해인 지난해 강원도 지역 109개 사찰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21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96년 조계종 자체조사보다 99건 761점 늘어
조사 결과 1950년대 이전에 조성된 불교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사찰은 72개 사찰로 999건 3,200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96년 조계종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강원지역 본ㆍ말사 성보문화재 현황조사 때보다 99건 761점이 늘어난 것이다. 조계종 사찰(96곳)뿐 아니라 태고종, 천태종 등 다른 종단 사찰(13곳)도 조사에 포함됐다.
시대별로 보면 조선시대 문화재가 2,974점으로 전체의 92.9%를 차지했으며 근대(132점), 고려시대(77점), 통일신라시대(9점), 기타(8점)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서지 및 전적류가 1,939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탑 등 석조물 382점, 경판 273점, 불상 등 조각류 230점, 서예 및 현판류 135점, 불화 107점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지정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현재 지정된 강원지역 불교문화재(87건 452점)의 138%에 이르는 120건 488점으로 밝혀졌다.
120건 488점 지정 가치 높고 17건 294점 보존처리 시급
특히 1600년대 조성된 속초 신흥사 목조아미타삼존불과 목조지장보살삼존상은 당대 최고의 조각승인 무염 스님이 제작한 불상으로 당장 보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척 천은사에서 발견된 높이 14cm의 금동약사불입상 역시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반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물급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고성 화암사에서 발견된 칠성탱(1868년)과 홍천 수타사(102점)와 동해 삼화사(49점)에서 무더기로 나온 전적 가운데 20종 117권은 최소한 지방문화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월 보덕사의 120년 된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고성 화암사 칠성탱과 신중탱 등 17건 294점은 훼손이 심해 보존처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문화유산발굴조사단 부단장 성효 스님은 “해방이후 전국적 규모의 불교문화재 조사는 처음”이라며 “일제조사가 끝나면 비지정 불교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번에 조사된 불교문화재를 수록한 도록과 목록집, CD를 제작해 전국 검ㆍ경찰청, 공항ㆍ항만 문화재감정관실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올해는 조계종 1차 실태조사가 끝난 전북과 제주 지역 160여 개 사찰에 대해 정밀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