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87년 1월 14일 이후 해마다 1월 14일이 되면 개인적으로 추모를 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써 진실이 왜곡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제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1월 14일 오전 조계사(주지 지홍) 법당에서는 87년 故 박종철 열사 고문 사건을 담당했던 최환 변호사(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공안부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문사건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겨울방학동안 여러 가지 개혁이 추진되던 중 같은 수사기관에 있던 사람들의 과잉충성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1월 14일 오후 12시 30분경 사망 보고를 받은 뒤 7시간이 지나자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보고서에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또한 희망사항으로 ‘오늘밤 안으로 화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최 변호사의 입으로 법당에 있던 100여명의 눈길이 고정되었다.
“희망사항을 거부하자 외부로부터 압력과 회유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공직 말단에 있더라도 고귀한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역사의식으로 거부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 밤 시신에 손을 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습니다. 다음 날 사건을 정식 변사사건으로 처리하면서 당시 형사부에 있던 안상수 검사(현 한나라당 의원)와 함께 일을 해나갔습니다.”
최 변호사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합장 기도로써 끝맺었다.
이에 앞서 故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 씨는 유가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오늘 조계사에서 법회를 열어 아버지로써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고인이 죽은 지 16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해주는 여러분들께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전국민주유가족회 조찬배 회장과 조계사 주지 지홍스님의 추모사,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박형규 목사와 한상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의 애도사, 진관스님의 추모시 낭독, 조계사 합창단의 추모가, 극락왕생 기원 추모재로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