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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판 무게ㆍ크기 다 달라
“보기엔 똑같은 것 같아도 무게며 크기가 다 달라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고나 할까요.”

해인사는 최근 법보전에 보관중인 고려대장경 2만936장에 대한 조사 자료집을 발간했다. 사진은 조사에 앞서 대장경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해인사 고려대장경(국보 32호)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2001년부터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연구원(원장 종성)이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의 기술 지원 아래 벌이고 있는 고려대장경 디지털 영상화 및 데이터베이스 작업 덕분이다. 해인사는 2002년까지의 조사 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2년 동안 조사한 경판 수는 8만1천340장으로 추정되는 전체 국간판(국가가 도감을 설치하여 왕의 이름으로 제작한 경판) 가운데 2만936장. 법보전과 수다라전에 설치된 177개 판가(경판꽂이) 가운데 법보전 44개 판가에 대한 조사를 마침으로써 25%의 작업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팔만대장경 보존연구원 연구실장 관암 스님은 “사람으로 치면 팔만대장경에 대한 ‘호적’과 ‘건강진단서’를 작성하는 일”이라며 “정확한 경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온 팔만대장경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ㆍ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는 경판 하나하나에 대해 어느 판가의 몇 번째 줄에 꽂혀있으며 크기와 무게, 가로세로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등 제원조사가 20항목이고, 글자 마모상태와 경판의 휨 정도 등을 측정하는 건강진단 32개 항목이 포함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경판마다 크기와 무게가 다 다르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조사를 바탕으로 한 문화재청 자료에는 경판 1장의 평균무게가 3.5kg으로 나와 있지만 가벼운 것은 2.5kg에서 무거운 것은 4.5kg까지 2kg 정도 차이가 난다. 가로 길이도 평균 70cm지만 ±10cm의 차이를 보인다. 여러 군데에서 판각했고, 나무 종류가 다르다 보니 특히 무게가 차이가 나지만 글자를 새긴 부분의 면적은 거의 비슷하다.

관암 스님은 “법보전에 있는 세 줄의 판가 가운데 제일 앞쪽의 남면판가에 보관된 경판이 얼마 전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판은 752살의 나이에 비해서는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며 “올해는 경판 조사보다 판가 보수에 주력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는 2005년까지 진행되며 그 결과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3-01-13 오전 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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