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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에 형 집행이 많이 되는 전례에 비춰, 지난해 말부터 서울구치소 내에서는 스스로의 삶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내일을 확신할 수 없는 불자 사형수 5명도 '기도를 하다가 깨끗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며 교정위원 4명과 함께 9월부터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증오, 원망을 지우기 위한 것이었다. 200일 회향을 마친 며칠 뒤인 12월 28일, 사형수 중 한 명인 김인재(법명 현월, 39) 씨의 감형 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구치소를 찾은 교정위원들과 김 씨는 부처님 가르침을 계속 배울 수 있음을 무엇보다 기뻐했고, 그것을 실천하는데 한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더불어 김 씨는 9년 동안의 수형 기간동안 조금씩 모은 영치금 150만원을 교화활동에 써 달라며 내놓았다.
김천교도소에서 청소년 교화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서울구치소의 사형수 교화활동을 병행하게 된 것은 서울 삼천사 주지 성운 스님과 25년 넘게 교화활동을 해 온 노병섭 거사의 권유 때문이다. '사형수'라는 말에 처음엔 두렵기도 했지만, 네 명의 교정위원들은 두 명씩 한 팀을 이뤄 매주 토요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함께 경전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형자 가족들과도 만남을 이어나갔다. 한 수형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함께 49재를 지냈고, 가족이 입원하면 문병을 가고 어버이날이나 자녀의 생일에는 축하 카드를 보내기도 했다.
이제 교정위원들은 한결같이 "수형자들이 곧 우리 도반"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 틈나는 대로 열심히 경전을 읽는 그들에게서 오히려 자신들이 교화를 받는다고 한다.
교화활동을 시작한지 2년째인 교정위원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수형자들의 출소 후의 생활이다. 연고가 없는 사람일 경우 쉽게 범죄에 빠져들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사찰과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교정위원들은 "부처님은 세상 어느 것 하나 나 아닌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한 순간의 실수로 갇혀 있지만 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틔워줄 분들이 많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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