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팀의 경쟁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지역간, 종교간의 갈등을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 번 극복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도 바로 지역주의를 타파하려고 노력했잖아요. 사회가 갈등과 대립에서 화해와 화합으로 변해야 한다는게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큰 주제입니다”
이 감독이 영화개봉전인 3월초쯤 신부님들과 스님들의 축구 시합을 주선키로 마음먹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화합은 우리나라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커진다면 아마 이 지구상에서 전쟁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곳 바로 자비와 평화가 공존하는 보리울마을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소우주인셈이지요”
이 감독은 특히 ‘보리울의 여름’에서는 시나리오를 쓴 이만희 작가가 스님출신이기 때문인지 불교적 사상을 담은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소개한다. 그중 재미있는 대사 일부분. 영화속에서 우남사팀과 축구시합을 하기로 한날 비가 내려 김 신부(차인표 分)가 우남 스님(박영규 分)을 찾아가 연기할 것을 부탁하자 우남 스님의 코믹 선 법문 한마디.“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고(go)는 고지요”하면서 그냥 하자고 제안을 묵살한다.
한가지 더 소개한다. 예전에 자신이 부임하기 전 우남사 팀에게 참패를 했다고 들은 김 신부가 열심히 훈련시켜 다시 도전 하려고 우남 스님을 찾아가 결투(?) 신청을 하자 스님이 하는 말. “신부님, 스님들이 참선할 때 왜 눈을 반만 뜨는 반개를 하는지 아세요. 시선을 외부에 두지말고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는 뜻이에요. 성당팀도 돌아가 반개를 하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라며 비웃는다. 너무 많이 알려주면 영화가 재미없다며 이번 촬영을 하며 마지막으로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고 소개한다.
“제가 불교를 잘 모르는데 귀신사 주지 스님이 촬영에 큰 도움을 주셨어요. 촬영장 개방은 물론이고 다도법, 장삼거는 법, 법구 위치 등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지도를 해주셨지요. 이런 각별한 스님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귀신사가 너무 오래되고 낡아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대웅전과 전각들은 다시 지어야 한답니다. 이번 영화 출연(?)이 마지막인 셈이지요”앞으로도 계속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데 보탬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 감독은 9월부터 사회정의를 저버리고 횡포를 부리는 권력자들과 맞서 싸우는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스릴러‘신들의 휴일’을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