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선에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응은 두가지로 명백하게 갈라지고 있다.
반기는 쪽과 우려하는 쪽이다.
반기는 쪽은 포괄적 의련 수렴 창구가 될 수 있는 인터넷의 힘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터넷을 통해 인물 평을 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이 모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바야흐로 열려가고 있다. 과거 밀실에서 몇 사람이 인사자료를 검토해 인선을 하던 관행이 이제 인터넷이라는 대중 매체에 드러나고 그 힘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되는 시절인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당선자로 만든데 대한 인터넷의 힘도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이제 인터넷은 정보전달 매체로서의 힘을 넘어 문화 창출과 사회 변혁의 원동력으로도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정부의 고위인사에도 인터넷은 중요한 자료 창구, 의견 수렴 창구로 쓸 수 있다는 발상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우선 인터넷이 갖는 익명성과 무책임성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아무리 인터넷의 건전한, 정직한 문화 형성을 강조하지만 그 특유의 익명성을 즐기는 풍조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익명성이야 말로 진정한 인터넷 문화의 중요 코드라는 변론도 적지 않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러한 문화적 관점을 이해 한다 할 지라도 익명성은 무책임성을 동반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작의적으로 형성된 어느 집단이 '작전'에 따라 집중적으로 특정 인사나 집단을 비난하고 배타 실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맹점은 여실하다.
때문에 정부의 고위 인사 기용에 인터넷을 활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시대 조류에 편승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이제 상급부서 눈치, 상관 눈치에 네티즌 눈치까지 봐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네티즌을 관리하는데도 무척 신경을 써야 고위직을 유지 힐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도 이해할만 하다. 아마 눈치 빠르고 계산 빠른 사람은 노사모나 창사모 등을 모방해 자신의 팬클럽 사이트와 동아리를 만들 방안을 강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장관을 뽑겠다는 시대, 인터넷이 대통령 선거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시대다.
불교계는 어떠한가?
아직 불교계는 인터넷문화를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데 미숙한 편이다. 인터넷이 수행에는 직접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포교와 신행, 교육, 행정 등의 분야에서는 영양가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인터넷 활용 의지는 '생각은 있는데 실천력은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전국의 5천여 사찰을 대상으로 벌인 '불교정보화실태조사'와 '불교정보화협의회'의 창립 실무를 맡았던 경험과 각 종단의 금년 사업계획들을 비추어 보건데 금년에도 IT 분야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과 발전지향적 의지는 점진적 향상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불교계의 IT 분야에 대한 평가는 점진적 향상이라는 표현이 대단히 급진적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 역설의 배경에는 불교계가 갖는 변화에 대한 둔감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전통으로 몸에 배어 온 불교 특유의 정서와 '불사'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전환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점진적 향상의 단계를 지나면 상당히 폭발력 있는 발전 기반이 다져질 수 있다는 희망에 불교의 미래를 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