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하철 막차 1시간 연장 운행을 둘러싸고 서울지하철공사 노사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문화에 맞는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은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포교사회학과)는 최근 발간된 <중앙승가대 교수 논문집> 제9집에 발표한 ‘불교의 노사관과 불교적 노사 갈등 해법’에서 “서구에서 탄생한 기존의 노사 갈등 이론을 문화적 배경이 다른 우리 사회에 적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서구의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계약관계와 노동조합과 경영자 사이의 단체협상관계를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노사 갈등은 다양한 당사자가 개입돼 있어 노사간의 정치ㆍ경제적 이해에만 국한할 수 없다는 게 유 교수의 생각이다.
유 교수는 “인간의 연기성에 대한 자각을 기초로 한 깨달음의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상극의 논리가 아니라 생물권이나 생명권, 공공성과 공익성, 전체 사회적 책임 등 모든 존재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상생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며 “깨달음의 노사관이야말로 노사 갈등의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있는 사상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교수는 “불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노사 갈등의 해법은 이해 당사자 스스로가 연기적 세계관을 자각하는 길밖에 없는데, 자칫 모든 인간사를 마음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사회 개념이 성숙할 수 있는 여지를 좁혀 놓는 결과를 낳는다는 한계 역시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