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 관련 서울 동대문 운동장 축구장이 주차장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는 운동장 중앙 트랙 부분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지만 올 3월 이후부터는 운동장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하게 된다. 때문에 불교계는 그간 연등축제 장소로 사용 해 왔던 축구장 대신에 야구장을 쓰거나 아예 동대문 운동장에서의 연등축제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봉축위원회를 비롯한 교계 기관들이 목하 고민에 휩싸였다.
축구장에 비해 관객 수용량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야구장을 사용하자니 행사의 축소와 인원 제한이 뒤따라야 하고, 그나마 야구장을 안 쓰자니 연등축제를 할 마땅한 장소가 서울 시내에는 없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고려시대의 팔관회 전통을 잇고 있는 연등축제가 서울시의 '시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로'까지 지정 된 마당에 장소가 마땅치 않아 개최의 지속 여부를 두고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다.
연등축제는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고 국민과 함게 기뻐하는 불교계 최대의 축제다. 각 종단과 사찰이 정성껏 준비한 장엄물들로 종로 거리를 수놓는 그 축제의 밤은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잊지못할 흥겨움으로 기억되고 있다.
동대문 운동장의 용도가 변하면서 연등축제의 장소도 자동으로 사라지게 된 지금, 우리는 고민의 초점을 조금 바꾸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운동장 하나 없어진다고 연등축제를 못하느냐는 반문이 필요하다. 원래 연등축제 이전에는 봉축 법요식과 제등행진이 여의도에서 조계사에 이르는 구간에서 펼쳤던 것을 상기해 보자. 행인들의 교통 편의와 축제 분위기 고조를 위해 동대문 운동장이 선택 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금 시점에서 꼭 동대문 운동장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바꿀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또 축제의 형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지 않을런지 묻고 싶다. 불교 최대의 명절인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대표성을 갖는 축제 하나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대표성 때문에 반드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기왕 길을 막고 벌이는 우정국로(조계사 앞길)의 거리축제를 보다 다양하고 흥미롭고 뜻 깊게 전환해 나가는 방법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거리축제로서의 연등축제를 멋들어지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면 법요식이라는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 하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요식은 불교계의 지도자들과 불자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이 없을 것이기에 거리 축제의 한 이벤트로 법요식이 자리 잡아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지방화 시대다. 지역의 사찰들이 사암연합회를 구성하여 나름대로 봉축열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사찰이 개별적으로 부처님 오신날의 이벤트를 벌여 지역주민과 함게 그 뜻을 기리는 문화는 이미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종단이나 봉축위원회 등에서 지역의 사암연합회와 사찰들이 자체적으로 봉축의 열기를 지역사회에 확산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중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동대문 운동장이 없어 진다고 천년이 넘는 전통의 축제가 없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이런 기회를 통해 연등축제가 보다 좋은 축제, 보다 의미 깊은 축제로 개선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지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