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 동국학원 이사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이 제20대 이사장에 선출됨에 따라 조계종은 연초부터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돌입한다.
정대스님은 이사 임기 만료일인 1월23일까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그 이후부터 정식으로 이사장 임기에 들어가도록 한 동국학원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최소한 1월23일 이전에는 총무원장직을 사임해야 한다. 따라서 차기 총무원장 선거는 ‘총무원장 궐위시 30일 이내에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종헌종법에 따라 2월 중 치러지게 된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은 종하스님(서울 관음사 주지)과 법장스님(수덕사 주지)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는 일단 양자구도 형국이다.
종하스님의 지지기반인 용성문도회는 이미 지난 12월 초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종하스님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하스님은 현 종회에는 입성하지 못했지만 종회의원 최다선의 관록을 내세우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법장스님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교구본사주지연합회 회장직을 발판으로 자신의 종단발전 소신을 피력하면서 전국 교구본사 주지들을 꾸준히 접촉하는 등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단은 법장스님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법장스님은 스스로 ‘행정가’로 자처하면서, 종단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람은 ‘행정가’라는 인식을 심는데 일단은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그동안 ‘정치적인’ 인물들이 종권을 잡으면서 종단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흘러왔고, 이에 대한 종단 내의 거부감에 파고드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종하스님이 ‘구인물’이라는 한계에서 얻는 어부지리도 없지 않다. 최근 소장파 스님들을 중심으로 법장스님을 추대하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바로 실무형을 추대해야 한다는 ‘새 인물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종회나 종단 정치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세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력면에서는 여전히 종하스님이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표권을 쥐고 있는 종회의원 장악력에서 앞서는 종하스님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현 종단 정치권과 밀착돼 있고, 종회의원들에 대한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만큼 오히려 종하스님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도 들린다.
불교계의 상당수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박빙’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대 관건은 역시 정대스님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다. 막강 세력과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정대스님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대스님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후보 입후보자 등록 마감 당일 의외의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후보 단일화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2월 선거 가능성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정대스님이 동대 이사장과 총무원장직을 겸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단 정치가 늘 그랬듯이 총무원장 선거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는 모든 것을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