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직을 그대로 수행하느냐, 아니면 동국대 이사장으로 갈 것이냐를 놓고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정대스님은 12월 3일 서울 하림각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신도단체임원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부분적인 언급을 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라는 정확한 언급은 피한 채 의중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정대스님은 인사말에서 “스님들은 시비가 많고 싸움이 많다. 이것이 불교의 현주소다. 나는 원장을 할 당시 종단을 안정시키고, 흉가를 철거(성역화불사)하고, 쫓겨가는 원장은 되지 않겠다는 세 가지 원을 세웠다. 하지만 승가교육이 속인교육 측면에만 치우쳐 승가가 흔들리고 세속화됐다. 그래서 종단이 시끄러운 것이다”며 “원장 재임하면 이런 모든 것을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
정대스님은 또 “돈만 되면 법상까지도 신도들에게 내준다. 이래서 스님들이 대접을 못받고 불교가 엉망이 됐다. 정작 안 뺏길 것은 뺏기고, 주어야 할 것은 안주고, 이런 것이 교육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청사가 다 지어지면 대대적인 신도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대스님은 대불련 사무실을 마련해 달라는 대불련 회장의 요청에 “청사 안에 주면 데모나 할 테고 조계사 인근에 마련해 주겠다”면서 “내가 이사장으로 가면 대불련 출신들부터 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원장 재임’을 언급한 것이나, “신도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것은 동국대 이사장으로 가지 않고 총무원장 재임에 욕심이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청사완공이 내년 말까지이기 때문에 신도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재임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사장으로 가면 대불련 출신들을 챙기겠다”고 한 것은 앞의 말과는 상반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임구도가 더 가능성이 많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대스님 신동아 12월호와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이 최근 발행된 <신동아(1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불교관, 해인사 대불건립 문제, 스님들의 룸살롱 출입사건 등 불교계 내부문제와 대선ㆍ대북ㆍ언론 문제 등 정치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14쪽 분량에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쾌도난담’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내용은 녹음테이프를 풀어놓은 듯 정대스님의 어투를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불교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한 정대스님의 생각이 담겨 있어 관심을 끈다.
인터뷰 내용은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 JP에 대한 인물평, 지난해 1월 이회창 후보와 관련한 정치보복 발언, 햇볕정책, 김정일 방한, 언론사 세무조사, 인촌의 친일론에 대한 견해, 현 정권에 대한 평가, 노벨상 로비의혹, 노태우 대통령 평가, 청동대불 건립, 스님들 룸살롱 출입사건, 불교를 택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먼저 불교계 문제 중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대는 하지 않지만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해인사 청동대불 건립에 대해서는 “불교계의 물질숭배주의와 물신화를 경계하는 것은 옳지만 그때그때 역사적으로 떨어지는 과제를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님들 룸살롱 출입사건에 대해서는 “타락이라고 보지 않는다. 세속 사람들은 자기네가 하루라도 없으면 못 사는 것만 스님들에게 지키길 요구한다. 같이 한잔 먹고 뒹굴기도 해야 속에 있는 얘기도 하고. 세상이 혼탁하니 종교계도 혼탁하다”고 말했다.
스님의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것은 없다. 다시 태어나면 이 길 안간다. 중 노릇 해보니 불교라는 자유가 나를 속박하고 종교라는 자유가 오히려 나를 속박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종교라는 미명하에 자유마저 속박하는 길은 안 가겠다는 것이다. 자유인이 돼 살겠다. 천이고 만이고 물어보면 다시 태어나도 이길을 가야 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안 갈라 그래, 두 번 갈 길이 못돼. 이 길을 가느니 대자유 대해탈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참선수행에 정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참선을 조금 했고, 주력을 주로 했다. 주력으로 지금 지탱한다”고 답했다.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세상에 억매여야 하기에 당할 건 당해야지, 그게 피하겠다고 피해지는가. 인간은 고가 있어야 행복하다. 시련이 없는 세상엔 행복이 없다. 시련 없는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정치 사회문제와 관련한 이야기 중 JP와 관련해서는 “대의를 위해 참을 줄 아는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고, ‘이회창 후보 집권시 희대의 정치보복’ 발언에 대해서는 “소신발언이었으며, 섭섭하라고 한 얘기다. 그래서 지금은 넉넉해지지 않았는가. 아들 병역 문제는 5년전 이미 검증했다.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몽준 후보를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공도 안 들이고 그냥 주워 먹으려는 풍토는 좋지 않다. 참고 때를 기다리는 자가 이기리라고 본다. 대통령 하고 싶으면 공을 들여야 한다. 무식한 말로 막걸리라도 사서 돌리고 접촉을 해야지”라고 덧붙였다.
햇볕정책과 김정일 방한 문제에 대해서는 “지지 정도가 아니라 국민과제로 여기고 있다. 김정일이 남한에 못올 이유가 없다”는 소신을 밝혔고,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세무조사 지지한 적 없다. 원칙대로 해야 하지만 언론이 성장하는 과정에 국세까지 물리면 언론다운 언론이 창출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촌의 친일론에 대해서는 “지금의 잣대로 보면 다 사립대 재벌이지, 인촌이 친일이라고 얘기한 광복회 사람들, 자기네가 항일투쟁이라도 했나”라며 반박했다.
현 정권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질문에는 “단임제는 아무리 유능한 대통령이라도 막판에 일 난다. 정치적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중임제가 필요하다. 인사편중은 잘못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대통령이 솔직하고 남을 말을 잘 듣는다는 평가를 한 정대스님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교계가 지원해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런데 오히려 공평하게도 못했다. 오히려 박정희나 전두환 대통령이 더 공평했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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