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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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무늬 디지털 베이스화 작업하는 박해정 사장
“문양(文樣)은 일본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찰 단청은 무늬라고 해야죠.”

최첨단 GPS용 전자지도를 제작하는 벤처기업, 강산에정보엔지니어링의 박해정 사장(44). 박 사장은 10년 째 한 가지 일에 미쳐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옛 건물에 숨어있는 전통무늬를 발굴하고 사진으로 찍어, 디지털 자료로 만드는 일.

10년 동안 모은 자료가 삼만 건을 넘는다. 그의 손을 거쳐 불국사, 봉정사, 화엄사, 운문사, 부석사, 미황사, 전등사, 보탑사를 비롯한 주요 궁궐 속의 아름다운 단청, 창틀 무늬들이 디지털 자료가 됐다.

박 사장이 처음 전통 무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십 년 전. 신라 삼보(三寶) 중 하나였던 황룡사 9층 목탑의 복원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황룡사 9층 목탑 설계를 하던 박 사장은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80m가 넘는 목탑을 세운다는 것은 고도의 현대 기술로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황룡사 목탑을 세운다고 해도, 어떻게 그 탑을 장엄할 것인가라는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다. 황룡사 목탑 단청 자료를 구하기 위해 전통 사찰을 누비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한국 전통 무늬에 빠져 십 년을 보냈다.

힘든 일도 많았다. 그동안 전통무늬 연구란 게 없었기에 어느 한 구석 의지할 곳이 없었다. 좋은 무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고달픈 일이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오해의 목소리들. 동업자들은 컴퓨터로 기계 설계를 하는 사람이 ‘무슨 전통무늬를 복원하겠다’는 거냐고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단청 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사찰에서는 ‘도둑놈’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간에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박 사장은 고생해서 얻은 자료들을 후학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줄 계획이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은 한국 무늬의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서 엑기스를 뽑아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전문가에게 맡겨야죠." 박 사장은 앞으로 10년 정도 자료를 더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그리고 한국 전통 무늬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꿈꾸고 있다.

"경복궁 인정전 용상에 있는 사신도(四神圖)는 일제가 조선 왕실의 대를 끊기 위해 그려 넣은 거예요. 한 나라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도를 그려 넣은 것이죠. 이제 먹고 살만 해졌으니, 이런 것부터 바로 잡아야겠죠."

강유신 기자
shanmok@buddhapia.com
200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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