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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스님은 11월 23일 제주 관음사 포교당 보현사에서 기자를 만나 “지난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제155회 정기중앙종회에서 표결에 의해 종회의원이 종회사무처장을 겸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내가 지난 종회(제155회 정기중앙종회, 11월 9일부터 16일)에서 제기한 겸직 불가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의도가 충분하게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며 “보다 많은 종도들에게 이 문제를 이해시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종헌 제35조 제1항의 중앙종회의원의 겸직 금지 관련 조항에는 종회사무처장이 포함되지 않는데.
“지난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개정된 종헌에서 총무원장이나 중앙종회의원의 겸직을 제한 한 것은 종단의 주요 직책이 독점되어 거기서 발생하는 각종 잡음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조항에 종회사무처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 전에는 한 번도 중앙종회의원이 사무처장을 겸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94년 종헌개정 이전에는 교구본사주지, 총무원 부장 등을 중앙종회의원이 겸직하고 있었지만 종회 사무처장만은 겸하지 않았다. 이는 종단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 사무처장은 사무의 엄정성 중립성을 체질적으로 익혀 온 합리적인 전통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1962년 통합 종단 이후 94년까지 30여년간을 종회의원이 아닌 종무원이 맡았던 자리였으므로 겸직 금지 조항에 굳이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94년 이후 사무처장을 종회의원이 겸직 해 왔는데 사무처장은 종회의원이란 신분과 종무원이란 신분을 함께 가지고 있는 셈이다. 종단이 삼권분리의 체제를 수용했고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 대부분 기능들도 국회의 사례를 본받아 왔던 정황에서 30여년간 불문율로 정착 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앙종회의원이 사무처장을 겸직하면 업무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 질 수 없다는 뜻에서 부당하다는 것인가.?
“그런 측면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중앙종회는 걱정스러울 만치 여러 계파가 형성되어 있다. 크고 작은 사안들에 대해 계파별 입장이 다르고 주장이 다르다. 대다수 중앙종회의원들이 계파에 가입되어 있고 크고 작은 사안들을 계파의 입장에 따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종회의원이 사무처장직을 맡는다면 누가 그 업무적 공정성과 중립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종회사무처장의 본분은 종회의원들의 의견대립, 입장차이 등의 갈등관계에 초연하게 엄정중립하면서 종회활동, 각 위원회 활동, 종회의원의 개별적인 입법활동과 종책개발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회의원 신분의 사무처장이 같은 종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돕고 지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입장과 견해가 다른 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나 입장과 견해가 다른 종회의원이 같은 중앙종회의원 신분의 사무처장에게 업무적 협조를 받는 것 모두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할 때 중앙종회의원이 종회사무처장을 겸직할 경우 현실적으로 편파적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으므로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또 다른 측면은 무엇인가?.
“사무처장이 교역직 종무원이란 것은 종무원법 제3조 제2항에 적시 되어 있다. 그리고 교역직 종무원 자격표에 의하면 승납20년 이상, 연령 40세 이상 대덕법계이상의 중진이 맡게 되어 있다. 이 자격은 중앙종무기관의 부 실장급과 동일하다. 절차상으로 중앙종회의장이 임명하고 종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를 하는 종회사무처장은 분명한 종무원이고 그 급수는 부장급에 해당하는 것이다. 비록 종헌상 겸직조항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입법 과정과 취지등을 생각해 볼 때 종회사무처장은 부장급 종무원이므로 중앙종회의원이 겸직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사무적으로 중립의 위치에 서야하는 자리가 사무처장이라고 본다면 그 자리에 임명된 중앙종회의원은 자신의 입법활동과 종책개발 활동 등에 대한 권리는 어떻게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가? 종회의원으로서의 지위와 업무 그리고 사무처장으로서의 지위와 업무는 분명히 별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문제도 그 일의 구별에 따라 구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종회란 입법기구가 아닌가?”
-종회의원과 종무원이란 신분을 함께 지닐 경우 드러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고 주장 하시는데.
“앞에서 밝힌대로 종회의원이 사무처장을 겸하면 종무원으로서의 업무 본연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굳이 꼬집자면, 업무상 과실 등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보면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이 노출된다. 종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면책특권과 종무원에 대한 징계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중앙종회의원의 징계는 종회 본회의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순수종무원 신분일 경우는 업무에 따라 그 경중에 따라 처벌조항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렇게 두 자격이 공존할 경우에는 적용이 용이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스님의 주장이 표결에 의해 관철되지 못했는데 그때의 심정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나는 특정인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1994년 이후 중앙종회의원을 사무처장으로 임명해 온 사례가 종단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로서 행할 바가 아니므로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종회의원들의 각양각색의 주장과 입장을 중립적 입장에서 기록관리하고 활동을 지원해야 할 사무처가 특정인 특정계파에 의하여 영향을 받을 때 종회 사무에 왜곡이 누적될 수 있고 마침내 중앙종회 자체가 종단 안팎으로부터 그 품위와 신뢰를 100% 유지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종회 사무기능의 순수성과 합리성을 회복하기 위해 종단 법규위원회 제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정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좋은 법은 계승 발전시키고 나쁜 법은 시정 개선하는 것이 중앙종회의원의 본분이고 사명이 아닌가?
지난 종회에서 종회사무처장을 중앙종회의원이 겸직하는데 따른 비합리적 부당성을 잘 알면서도 자기들의 파당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조직적 투표를 하는 것을 보고 자기파의 이익을 위해서는 종단공규를 훼손하는 것쯤은 별로 신경쓰지 아니하는 풍토가 만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실을 방치하면 중앙종회가 불교발전을 위한 건전한 논의의 장이 되지 못하고 파당간에 서로 다투고 부딪치는 비종교, 비불교적인 파당싸움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미 분위기상으로는 그런 경향이 짙어져 가고 있다. 이를 고쳐야 한다.”
중원스님은 지난 11월 9일 제13대 중앙종회가 개원된 직후 열린 제155회 정기 중앙종회에서 원구성을 위해 임시의장 동광스님이 종회의장 선출을 안건으로 상정하자 발언을 요청, “현재 중앙종회의원이 종회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는데 이는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의장 선출 이후 안건을 다루면서 종회사무처장 임명동의안이 토의되는 과정에서 중원스님은 다시 종회의원의 사무처장 겸지 부당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종회의원스님들과 대립되어 가부를 묻는 투표를 한 결과 겸직을 찬성하는 수가 51 반대하는 수가 26으로 겸직이 가능하게 됐다.
임연태 기자
ytl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