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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뒷다리가 잘려 나간 검둥이 ‘로또’, 몸 하나 가누면 그만인 새장에서 키워져 온몸 곳곳이 상처투성이인 ‘인구(忍狗)’, 온몸에 피부병이 번져 얼굴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었던 ‘백구(白狗)’…. 모두들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지만, 일단 이 교수의 ‘작은집(?)’ 식구로 들어오면 귀중한 생명체가 된다.
현재 ‘생명의 집’에는 1백여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있다. 이 교수는 바로 이 생명체들을 돌보는 ‘엄마’다. 그래서 이 교수는 보기에 징그러울 정도로 심한 피부병이나 진드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생명의 집’으로 옮겨진 식구들을 자식처럼 감싸안는다.
기자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처음엔 이 교수의 이런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역시 모든 일엔 인과가 있는 법. 이 교수가 풀어 놓는 사연 보따리를 10여분 남짓 듣자 금방 의문이 풀렸다.
“집에서 7년간 키웠던 강아지 ‘로망스’가 집을 나가 길을 잃고 죽은 것이 계기가 됐어요. 충격이 컸지요.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잃은 슬픔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슬픔에 휩싸인 이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던 법정스님(길상사 회주)에게 자신의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법정 스님은 업(業)이 달라서 모습이 다를 뿐 생명의 뿌리는 같습니다. 그렇게 괴로우시면 49재를 지내주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지요” 곧바로 이 교수는 인연 닿는 절에서 정성껏 49재를 지내 주었다.
그때부터 이 교수는 길을 헤매거나 거리에 버려진 개와 고양이, 또 보신탕 집에 끌려가기 직전인 개들을 자기 아파트로 데려다 키웠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인근 이웃들로부터 ‘개들이 너무 짖어 애들 공부에 지장이 많다’, ‘불결하다’는 원성이 들려오자 아예 용인의 땅을 빌려 ‘생명의 집’을 세웠다. 관리인 양정원(55)씨와 함께 들고양이들이 비와 이슬에 몸을 피하도록 뒷산에 배수관을 놓아 주는가 하면 매일 저녁 배수관에 음식도 넣어주었다. 병에 걸린 개들에게는 주사도 놔주며, 생명의 집에 처음 들어온 날을 생일로 정해 기록해 두었다가 작은 파티(?)도 열어주었다. 그러나 요즘 ‘생명의 집’은 늘어나는 운영비 때문에 존립위기를 맞고 있다. 병든 개와 고양이의 치료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인간의 사랑이 메마르고 생명에 대한 관심이 모자라 학대받고 버림받는 동물들이 우리 이웃엔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의 생명체라도 돌보고 보호해 줌으로써 생명존중의 정신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생명의 집이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생명의 집’은 꼭 살려야 할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고 힘주어 말한다.
‘아무리 하찮은 벌레 한 마리, 풀 한포기일지라도 생명이 있으므로 두려울 만큼 존엄하다’는 시바이쩌 박사의 ‘생명의 외경’ 정신이 좌우명이라는 이 교수는 ‘생명의 집’이 안정을 찾으면 어린이들 교육에 효과적인 동물교육농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그의 삶이 아름다워서 일까.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웃는 환한 미소가 가을 꽃을 닮아 있었다. (031)704-6315
김주일 기자
jik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