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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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삶 실천하는 정토회 유정길ㆍ이지현부부
부부 싸움은 자주 하는지?

남편 : “별로 싸우지 않는데, 서로 툴툴대는 경우는 가끔 있지요. 어쩌다 해
달라고 한 다림질을 해놓지 않았을 때가 한 실례예요.”
아내 : “왜 다림질해야 하는 옷을 입고 다녀야 하죠? 그냥 입고 다닐 옷도 많은데.”

가장 최근에 함께 본 영화는?

남편 : “오아시스!”
아내 : “오아시스!”

서로의 생일을 잘 챙기는 편인가?

남편 : “아마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요. 9월 29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냥 지나갔어요. 다른 사람들이 생일 챙기는 것 보면서 사치라고 무심했었는데, 막상 모르고 지나니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아내 : “정말? 음력 8월 23일인 건 알고 있었는데 벌써 지났나? 좀 미안하네! 후후후”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기나?

남편 : “보통의 부부보다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 이메일도 이용하고요.”
아내 : “글쎄, 시간적으로 환산하기는 그렇고 그냥 얼굴 보면 되지 하는 생각이 더 커요.”

부부이기 이전에 두 사람 사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남편 : “믿음직한 도반, 힘이 되는 든든한 존재!”
아내 : “친구!”

정토회 산하 한국제이티에스 사무국장 이지현씨(40세)와 정토회 대표 공양주 유정길 씨(42세). 아주 특별한 부부다.

아파트 마련을 위해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의 부부들이 갖고 있는 청약통장도 하나 없고, 남들 다 있는 자가용도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가졌나?

아내 :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해보면 나와 타인 모두에게 가장 필요하고 유익한 일이며, 부처님 말씀대로 적게 갖고, 적게 쓰는 것이 참으로 좋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 : “꼭 좋은 것,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활동하면서 함께 나누는 것이 훨씬 많지요. 우리 둘의 한달 수입이 60만원이지만 그 가치보다 더 풍족한 삶을 삽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이고,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하다. 너와 내가 하나 되고, 편견과 고통, 전쟁과 폭력이 없는 세상. 그들이 함께 가꾸어가려는 삶의 궁극적 목표다.

이씨와 유씨는 지난 90년 1월 20일 결혼했다. 아직 2세는 없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유보한 상태다. 이씨는 대불련 간사활동을, 유씨는 중앙불교교육원에서 법륜스님과 일하다 92년부터 정토회에서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이씨는 정토불교대학 간사를 맡았고, 유씨는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의 전신인 한국불교사회교육원에서 활동했다.

이들의 한달 수입은 각각 30만원씩 받는 활동비를 합친 60만원. 이 가운데 15만원은 정릉에 사는 어머니 용돈으로, 또 일부는 정토회 운영비나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고, 나머지로 생활한다. 대부분이 교통비로 소비되지만,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부부는 밖에서 사람들과 만나 가끔 밥값 술값도 내고, 시사잡지도 사보고, 가끔 함께 영화도 본다.

이러한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한 수행이다. 자신의 생활 전체를 수행으로, 수행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순간순간 닥치는 일들을 여여하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더욱 더 넉넉해지고, 삶에 대한 의지도 더욱 굳건해진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조만간 유씨는 아프카니스탄 긴급 구호활동을 위해 현지로 떠난다.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나?

“신념대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결혼으로 인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굴절되거나 좌절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결혼이 서로가 일을 하는데 활력소가 되었죠. 함께 같을 일을 할 수 있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됐습니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

부부로 생활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때는?

남편 : “취미와 기호가 서로 너무 달라서 가끔 어긋날 때도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다만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내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요. 경제적면에서 부터 손자 문제까지 장남이다 보니 어머니가 거는 기대도 많았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아들을 못내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하지만 신념대로 살기 위해 어머니와 타협할 수는 없었지요.”

아내 : “동감해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으니까. 반면 내 경우엔 결혼 이후 30대 초반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나를 힘들게 했어요. 부처님 가르침 따라 살아가려는 게 삶의 목적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 조금 방황했어요. 결론은 내가 바로서야 양자가 대등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지금 가장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내 : “늘 마음이 편안하고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한국제이티에스에서 아프간 구호를 추진하면서, 전쟁이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프간은 인도와는 또 달라요. 갈등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10월 15일 유정길씨가 아프간 현장으로 직접 가서 구호활동을 하게 되니 그 마음이 더욱 절실해 질 것 같습니다. 1년 예정인데, 일을 잘 마치고 돌아오길 바래요.”

남편 : “(크게 웃으며) 가서 죽지 않고 모든 일을 잘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ngo 등록하고, 카불에 거처를 정하고 조사 작업부터 시작하게 될겁니다. 카불 북부의 파르자 난민캠프, 댐 건설, 학교 등을 지원할 예정이구요, 이후에는 탈레반의 거점지였던 아프간 서남부 칸다하르 지방을 오가며 긴급구호활동을 펼칠 겁니다. 올해 초에 맡았던 공양주 일까지 중간에 그만두고 자원한 만큼 최선을 다해야지요.”

글=이은자 기자
사진=임민수 기자
ejlee@buddhapia.com
2002-10-15
 
한마디
이 어려운 시절에 이런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습니다. 화이팅~!
(2003-09-05 오전 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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