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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쓰러져 세번째 입원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4개월. 짧지 않은 투병생활을 하고 있기에 인터뷰도 무리가 아닐까라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은 첫만남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자 스님의 카리스마는 강렬한 눈빛을 통해 발해졌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님은 7월 19일 세존 사이트(http://www.sejon.or.kr) 메인에 팝업창을 띄워 사이트 운영의 어려움과 절망감을 남겼다. 세존에 들어가는 월 관리비는 800여만원 선. 관리비가 쌓인것만도 지난 1년여간 1억원이 넘는다. 초기 구축비용 등에 소요된 금액까지 합쳐 총 부채가 2억원 선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료화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스님은 펄펄 뛰었다.
"사이트를 유료화 하고 배너 교환하고 했으면 돈 쉽게 벌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하는 중일뿐 장사꾼이 아니다. 전산화 불사를 하는데 돈문제까지 머리싸매고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 그건 불자들이 알아서 맡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재 세존 사이트의 회원은 6188명. 그중 자신을 스님이라고 밝힌 회원은 170여명, 타종교인이 195명, 불자 642명이다. 그외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회원이 1400여명에 이르는 회사원과 교육자, 학생 등이다. 이 많은 회원들이 가끔 ARS 한통씩만 해주면 한달에 800여만원 정도 소요되는 운영비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스님은 이 사이트의 가치를 알기만 해도 그 사람은 불교적으로 상당한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화엄경 해석본을 펼쳐놓은 장이 아니라는 것. 법당을 짓고 불상을 만들고 하는 외형적인 불사에는 엄청난 보시를 하고 관심을 갖는 불교계가 전산화 불사에 대해서는 그저 퍼갈 줄만 알고 보시할 줄을 모르는 현실에 스님은 절망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재정난에 허덕이며 이 힘든 사이트를 끌고 가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타종교에서 운영하는 어느 사이트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결국은 불교의 프라이드가 높아지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불교사이트를 이끌어 가는 최종 목적은 "정화". 온국민의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한 접촉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수준이 너무 낮았다. 화엄경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초발심자경문을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화엄학은 어려우나 화엄경은 쉽다"는 내 생각을 굽히지 않고 이끌어 왔다."
지난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하고 두달여만에 매달 드는 서버사용료조차 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가 닥쳐왔다. 결국 사이트를 폐쇄하고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판만 열어놓았다. 그래도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보시하기보다 외면했다. 그때 들어온 후원금이 30여만원이 안됐다. 고뇌 끝에 결행한 사이트 폐쇄였지만 돈 벌려는 수작이냐, 무슨 전략이냐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소리가 더 많았다.
폐쇄 한달여 만에 다시 세존사이트를 열었다. 그런 소리에 좌지우지 될 것이 아니라, 사이트가 만들어질 때부터 매달 1만원씩 후원해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을 위해, 내 자신이 불자라고 밝히기보다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면서 화엄경을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을 위해, 스님을 지켜보는 무언의 지지자들을 위해 계속 끌고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이트를 재개하고 화엄경총론 CD를 만들어 각 종단과 큰 사찰, 승가대학 등에 무료 배포했다.
사실 이만한 사이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 400-500타 정도는 칠 것으로 생각했건만 스님은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느릿 느릿 자판을 찾아가며 질의문답 게시판과 방명록에 올라오는 글들에 답변을 단다. 스님은 당신 삶의 행복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용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같이 호흡하는 것에 있다고 말씀한다.
"나 같은 중이 없다면 우리 불교계의 앞날은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신불교 운동'이다. 신불교라 해서 다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업(業)을 설명할 때 경전에 있는 글로만 설명한다면 요즘 세대들은 고리타분하다며 외면하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말할 것이 뭐가 있나. 술 잘마시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유전자 속에 술 잘마시는 인이 새겨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업이라고 하면 쉽다. 대기설법을 해야할 것 아닌가. 못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스님은 '전문화 시대'라는 것을 강조한다. 커다란 법당이나 짓고 금불 만드는 것보다 절이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도교육 역시 마찬가지. 한국불교가 통불교라 한다면 그에 걸맞게 공부도 다양화 전문화 해야한다는 것이 스님의 평소 지론이다. 큰 사찰들이 경전부를 나눠 반야부 경전은 A사찰, 화엄경은 B사찰 등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해 일종의 불교전문대학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비구'는 없고 독신승만 있을 뿐이다. 난 출가한지 25년이 됐지만 아직 사미다. 구족계를 받아 비구로 살 자신이 나에겐 없다. 평생 사미로 살면서 내 자신을 경계해가며 살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환자로 돌아간 성법스님이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하고 중생 곁으로 돌아와 전산화 불사를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강지연 기자
jygang@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