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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건 신임 소장은 “괘불이나 고건축 등 상당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보존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문화재 유형별 조사 사업을 연차적으로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78년 상공부 건축사무관으로 일하다 83년 문화재연구소로 옮긴 뒤 줄곧 미술공예실에서 일해왔다. 전공을 살려 주로 사찰, 서원 등 고건축 조사와 복원을 맡아오다 지난해부터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인 익산 미륵사지 서쪽 석탑 해체 복원 사업을 이끌고 있다. 미륵사탑은 현재 4층 해체작업이 한창이며 3층까지 해체작업을 끝내는 게 올해 목표다.
“외부에 노출된 돌에 비해 안쪽의 돌들은 의외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3층 밑으로 해체 작업이 진행되면 아마 미술사학계가 깜짝 놀랄 사실들이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김 소장은 문화재 보존관리에서 과학적 구조진단을 적극 도입한 사람이다. 90년대 중반 ‘석굴암 균열 보도’등으로 석굴암 안전이 문제가 됐을 때 컴퓨터 3차원 구조역학 조사로 석굴암 균열은 일본인들이 덧씌운 1.8m 두께의 콘크리트가 수축해서 생긴 것이지 석굴암 자체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석굴암과 불국사가 우리 나라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때 현지 조사를 나온 유네스코 전문가들에게 현장 설명을 했던 사람이 김 소장이기도 하다.
새로 취임한 김 소장에게는 문화재연구소 내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인력구조. 연구직이 100여 명이지만 절반이 임시 고용직이다. 김 소장은 “문화재연구소가 출범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위상은 초라하다”며 “전문성을 강화해 문화재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직급이나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별로 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문화재 보존 관리에서는 전문가들보다도 오히려 일반인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7월중으로 연구소 홈페이지를 개통해 각종 조사 자료나 사업을 국민들과 공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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