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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단상에 올라선 백발의 선생님이 지긋이 눈을 감는다. 염주를 한알 한알 돌리며 무언가를 생각한다. 한국불교의 석학인 동국대 목정배 교수의 정년퇴임 고불법회는 조용히 시작됐다. 불교학의 거봉답게 마지막 수업도 법당에서 장엄스럽게 펼치는 것이다.
목정배 교수는 1958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해 64년 문학사 87년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75년부터 불교학과 전임강사로 재직하며 중앙대 부총장 박범훈 교수, 동국대 불교학과 신성현 연구교수ㆍ차차석 강사, 원광대 서예학과 선주선 교수, 제주교대 고대만 교수, 조계종 호법부 태진스님 등 불교계의 중진 학자들를 길러냈고 현재까지 석사 50여명, 박사 20여명의 제자를 키우며 후진양성에 매진해왔다.
특히 1962년부터 20여년간 동국대학교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아 청년불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고, 지금도 불교학생회의 정신적 지주로 청년불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는 1958년 동국대학에 입학해서 공부를 했고 여러 형태로 대학에 관계를 맺은 것이 40년이 넘었습니다.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이곳은 원래 조선 광해군 8년(1616년)에 세워진 임금이 조회를 행하던 숭정전입니다. 1975년 서울시와 협의해 이 자리에 옮기며 정각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법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강사시절에 숭정전을 이곳으로 옮기는데 간사일을 맡았기에 평소 이곳에서 한번 강의라도 했으면 하는 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각원에서 마지막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정배 교수는 정각원 경내에 있는 ‘숭정전’ 현판을 보며 말문을 열었다. 수업이 진행되자 마지막 수업이라는 엄숙한 분위기와 달리 학생들은 간간히 웃음을 터트리며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경청했다.
"이나미의 노래 '울고싶어라'의 가사처럼 울고싶은 심정이지만 수업은 재미있어야 된다"며 연신 웃음을 내보인 목정배 교수는 "박수좀 치세요, 이것이 목정배식 법문입니다"라고 청중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목정배 교수의 웃음뒤에는 서움함과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 주는 것이 불교입니다.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아(我)'입니다. '아'가 자기속에 들어가 있을때 자연을 '아'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 마음속 또는 인격체 속에 종말처리장을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이 종말 처리장에서 삼독, 십악, 팔만사천 번뇌가 처리된다면 '내것,니것' 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우리 것'으로 전환되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종말 처리장을 만드는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이 종말 처리장을 단번에 만드는 것이 돈오요, 천천히 만드는 것이 점수입니다. 우리는 이 종말 처리장을 천천히 만들지 말고 단박에 만들어 이 '아'를 떼어버립시다. 그러면 그것이 바로 극락이요, 불국토입니다“
이번 정년퇴임 고불법회의 주제는 바로 '인간, 자연, 불교'. 그래서 목정배 교수는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1시간의 강의는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또한 목 교수는 동국의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대학은 이지적이여야 하고 논리적이여야 한다. 동국대학은 이와 동시에 불교가 대학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감성과 자비와 정이 흐립니다. 이러한 대학에서 지성과 자비를 두루 겸비한 많은 선지자가 나와서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빛낼 새 법륜을 함께 굴려 나갑시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목정배 교수가 직접 작사한 동국대학교 불교학생회가를 모두가 함께 합창했다. 목 교수는 손에 염주를 든채 몰래 눈물을 훔치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제자를 대표해 목정배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동국대학교 불교학생회 동문회장 박우석 대한불교진흥원 과장은 “교수님은 항상 여여 할 것 같았는데 정말 정년퇴임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비록 정년퇴임을 하시지만 항상 스승님으로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불교학생회, 불교대학, 대학원 학생들도 방명록 옆에 놓여진 커다란 전지 위에 ‘교수님 강의는 항상 열정적이고 들을 때마다 항상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교수님 항상 건강하세요’ 등의 글을 남기며 목정배 교수의 정년퇴임을 아쉬워했다.
이날 정년퇴임 고불법회에는 보광스님, 혜원스님, 권기종 교수 등 동국대 불교대학 불교학과, 선학과 인도철학과 교수들과 대학원장 조희영, 화학과 성윤길, 역사교육학과 임영정, 산림자원학과 강호덕 교수를 비롯해 불교학생회원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참석했다.
목정배 교수의 학력, 경력, 저술.
학력
동국대학교 문학사(1962)
동국대학교 문학석사(1964)
동국대학교 철학박사(1987)
경력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불교학과 전임(1975년)
동국대학교 비서실장(1988-1989)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1989-1990)
동국대학교 기성회장(1989-1995)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장(1990, 1999-2001)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장(1995-1997)
한국불교학회 이사 및 부회장(1980-1999)
대한불교진흥원 설법자료집편찬위원회 위원장(1986-1988)
대한불교진흥원 청소년불교성전편찬위원회 위원장(1989-1993)
대한불교진흥원 통일불교성전편찬위원회 위원장(1990-1992)
재단법인 동국역경진흥회 감사(1986-현재)
사단법인 대한불교법사회 이사장(1988-현재)
재단법인 동국대학교 불교장학회 이사장(1993-현재)
성철선사상연구원장(1996-1999)
한국불교학회 회장(1999-2001)
대한불교법사회 이사장(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 총장(현)
저술
계율론(동국역경원, 1988)
대승보살계사상(동국역경원, 1988)
삼국시대의 불교(동국대학교출판부, 1989)
범망경술기 외(동국역경원, 1994)
한국불교학의 현대적 모색(동국대학교출판부, 2000)
한국문화와 불교(불교시대사, 1995)
불교와 예술(대한불교법사회, 1996)
초기불교교단의 형성에 대하여(한국불교학 3, 1977)
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